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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러, 왜 인기일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2호 05면

말러가 또 살아납니다. 지난달 26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지휘자 정명훈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전곡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두 달 전 유료 판매분 티켓이 동났습니다. 연주 당일 객석에는 설렘이 가득하더군요. 이제까지의 음악회에 비춰보건대, 이날 공연은 음악계 내 부의 ‘초대 잔치’와는 달랐습니다. 말러에게 자기 돈과 시간을 들인 사람이 다수로 보였거든요.

김호정 기자의 클래식 상담실

말러는 늘 그랬습니다. 1860년 태어나 1911년 죽을 때까지 “사람들이 언젠가 내 음악을 알아줄 것”이라는 바람과 함께 살았다죠. 하지만 1950년대까지는 거의 아무도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나치 정권은 유대인 태생이었던 그의 음악을 금지했죠. 말러를 끄집어낸 것은 열여섯 살 아래의 지휘자 브루노 발터입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발터는 말러의 교향곡을 집중적으로 녹음합니다. 이어 발터보다 더욱 잘생기고 매력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1960년 교향곡 전곡 녹음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행했습니다.

말러 사랑은 왜 이렇게 소나기처럼 올까요. 한국에서는 부천필하모닉과 지휘자 임헌정이 1999년부터 4년간 교향곡 10개를 완주했습니다. 열성적 ‘말러리언’들이 공연장에 몰렸습니다. 그 후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서울시향과 정명훈이 또 말러 사랑의 폭우를 부르네요.

‘의외성’ 때문 아닐까요? 어렵고 골치 아픈 근대음악으로 말러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에게는 3번 3악장의 스케르초를 권합니다. 9번 교향곡 2악장의 춤곡 또한 여러모로 따질 것 없이 그저 익살맞습니다. 천진난만한 멜로디에 촌스럽기까지 한 민요ㆍ춤곡ㆍ행진곡이 이어집니다. 이처럼 말러의 음악은 기존의 ‘제시부-전개부-재현부’ 같은 틀을 벗고서 즉각적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갑자기 쾅 하고 터뜨리는 음량이 나오면 요즘 공포영화 보듯 그저 놀라면 됩니다.

또 말러는 베토벤과 슈베르트ㆍ브람스의 장점만 취할 줄 알았습니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중 합창과 교향악이 합쳐지는 4악장은 드라마에도 나와 사랑받았던 ‘대중음악’이죠. 말러 교향곡 2~4번과 8번 등 사람 목소리를 사용한 교향곡들은 베토벤에게 존경을 바치면서도 규모를 몇 배로 확대해 훨씬 시원스럽습니다.

말러는 또 스스로 훌륭한 지휘자였던 만큼 어려운 지시 사항을 악보에 남겨놨습니다. 발터, 번스타인 같은 지휘자들이 제대로 연주하고서야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이죠. 이렇게 지휘자ㆍ오케스트라의 역량에 좌우되는 작품이란 점도 매력입니다. 청중은 어려운 도전을 함께하는 심정으로 연주를 듣게 됩니다. 도무지 무심해지기가 힘들죠. 한 곡씩 연주될 때보다 전곡 사이클이 폭발적 인기를 얻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말러는 ‘BMW’의 막내입니다. ‘브루크너·말러·바그너’를 일컫는데요, 실제는 맏이인 바그너를 맨 뒤로 빼 만든 음악계 은어입니다. 이 셋은 19세기와 20세기를 연결하며 우리네 ‘들을거리’의 혁명을 일으킨 삼총사입니다. 올해는 말러의 탄생 150주년. 명품 작곡가 삼총사의 막내를 되살리는 행렬에 가볍게 동참해 보시죠.

A 의외성과 도전가치 있기 때문이죠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클래식을 담당하는 김호정 기자의 e-메일로 궁금한 것을 보내주세요.


중앙일보 클래식ㆍ국악 담당 기자. 서울대 기악과(피아노 전공)를 졸업하고 입사, 서울시청ㆍ경찰서 출입기자를 거쳐 문화부에서 음악을 맡았다. 읽으면 듣고 싶어지는 글을 쓰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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