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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 학교·공원에도 … 현대미술 축제의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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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3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에서 시민들이 중국 쓰촨미술학원이 출품한 농민저항운동을 다룬 집단 조각 작품(위)과 3000장이 넘는 테디베어 사진을 내건 이데사 헨델레스의 ‘테디베어 프로젝트’를 관람하고 있다. (아래) [프리랜서 오종택]

2010 광주비엔날레가 3일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등에서 막이 오른다. 행사는 11월 7일까지 66일간 계속된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2일 오후 내·외신 기자 초청 설명회를 열어 비엔날레 참가 작가와 작품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1995년 창설 이후 처음으로 야간에 열린 개막식엔 국내·외 유명 문화예술인과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8회째인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만인보(萬人譜·10000 LIVES)’. 만인보는 고은 시인이 1980년 5월 육군교도소에 수감돼 군법회의에서 20년 징역형을 선고 받고 독방에서 그가 아는 얼굴을 그리면서 시작됐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은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해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고려해 주제를 정했다”고 말했다.

행사는 ▶본전시 ▶특별 프로젝트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으로 나뉜다. 삶과 이미지가 이번 비엔날레 전시를 관통하는 키 워드이다. 이미지 과잉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확대·재생산·조작·순환·교환·소통되는 이미지의 일생에 대해 고찰한다. 우리 시대 이미지 집착에 관한 사회문화적 반추와 담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형상과 아이콘·얼굴·우상· 인형 등이 동원됐다. 세계 31개국의 작가 134명(국내 20명, 해외 114명)이 모두 420세트(70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시장 속에도 비엔날레 전시회=전시가 광주비엔날레관과 광주시립미술관·시립민속박물관 외에 양동시장에서도 이뤄진다.

본전시는 대부분 이미지를 통해 ‘자아의 성찰’을 다루는 작품이다. 이데사 헨델레스의 ‘테디베어 프로젝트’엔 3000장이 넘는 테디베어 사진이 내걸리며,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로 숨진 영국인 희생자 492명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테디베어 인형도 선보인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숨진 이한열 열사의 영정 그림(최병수씨 작), 중국 쓰촨성에서 일어난 농민저항운동을 다룬 집단 조각작품 ‘렌트 야드 컬렉션’, 대학살(1975~79년)이 벌어진 캄보디아 투올슬렝 교도소에서 처형 직전 찍힌 사진 등도 전시됐다.

시립미술관에선 ‘자화상과 자기재현’, 시립민속박물관에선 ‘역사와 기억’이란 소주제의 전시가 펼쳐진다.

특히 7회 비엔날레(2008년) 당시 대인시장에 이어 이번에는 양동시장의 프로젝트가 운영된다. 기존의 전형적인 작가 중심의 전시 대신, 시장 상인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생활 속 전시문화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다.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문학박사인 정경운씨가 총연출을 맡았다.

작가와 관람객이 전시에 참여함은 물론 관람한 느낌을 다양한 언어로 벽면에 표현하는 ‘벽 프로젝트’와 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상점의 특성을 1300개의 입체 목형에 아이콘으로 표현하는 ‘이모티콘 아트 맵’ 프로그램, 상인들이 주체가 돼 시장의 변천사를 기록하는 ‘양동시장 아카이브 전’ 등이 이채롭다.

◆다채로운 시민참여 프로그램=광주비엔날레 재단은 ‘나도 비엔날레 작가: 만인보+1’라는 이름 아래 공모를 통해 25개 전시 프로그램을 선정했다. 2주간의 짧은 공모기간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전시 아이디어 47개가 접수됐다. 응모자 대부분은 아마추어 작가나 문화예술 동호회원, 학생이었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미디어 만인보’와 전남대병원 사진동우회의 ‘내 마음속의 시’, 공구상가의 ‘세기다방으로 오세요’, ‘평화를 위한 백만인 얼굴 그리기 프로젝트’ 등이 뽑혔다.

비엔날레재단 홍지영 홍보부장은 “이미지와 사람들 간의 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표현하려는 노력이 돋보이고 주제와 걸맞게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로 초등학교·거리·공원 등에서 아마추어 작가 등의 그림과 사진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광주 시내 전역이 현대미술 축제의 장이 된 셈이다.

비엔날레 입장료는 어른 1만4000원, 청소년 5000원, 가족권(4인 기준) 2만6000원. 행사기간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는 통용권은 어른 3만원, 청소년 2만원이다. 관람 문의: 062-608-4114.

◆굵직한 행사들 잇따라=광주에서는 비엔날레 전후에 큰 행사가 많이 열린다. 1일 개막한 국제 아트 페어 ‘2010 아트광주(Art Gwangju)’가 5일까지 계속되고, 4∼5일에는 G20 재무차관 회의가 열린다. 또 4일 광주청소년음악페스티벌이, 7~9일 아시아문화포럼이 개최된다. 9~12일에는 광주 e-스포츠 게임대회와 국제문화창의산업전인 ACE Fair 2010이 열린다. <표>

글=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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