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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스마트TV 시대, 미디어도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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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제47회 방송의 날인 오늘, 세계는 ‘스마트 전쟁’으로 포연(砲煙)이 자욱하다. 삼성과 LG는 이날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家電)전시회 ‘IFA 2010’에서 각각 스마트TV를 선보였다. LED와 3D에 이어 스마트TV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세계 최대의 검색업체 구글이 일본의 소니와 손잡고 ‘구글TV’를 출시키로 한 데 선제대응 성격이 짙다. 그런가 하면 아이폰의 스티브 잡스도 어제 ‘애플TV’를 발표했다. 조금씩 기능과 성격은 다르지만, 휴대전화와 태블릿PC에 이어 디지털 생활의 ‘키 스테이션’이 될 안방의 스마트TV를 겨냥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스마트폰은 운영체제(OS) 문제로 뒤졌지만, 스마트TV는 앞선 기술과 통찰력 있는 이종(異種) 융합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길 바란다.

문제는 스마트TV가 가져올 미디어의 지각변동이다. 뉴스와 날씨를 확인하며 동시에 게임을 하거나 영화도 보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소통하며, 즉석에서 상품도 주문할 수 있다. 리모컨 하나로 시청에서 검색·소통·구매까지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처럼 국가와 권역이 따로 없다. 예를 들어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이 걸친 간접광고(PPL) 물품을 ‘아마존’이나 구매대행사를 통해 곧바로 구입하는 것이다. TV가 이제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실행하는 윈도이자 신개념 ‘장(場)’인 셈이다. 지상파와 케이블로 나뉘고, 보도·오락·문화·레저 등으로 분류된 장벽이 무의미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존 방송의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점이다.

결국 스마트TV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쟁은 기기(器機)와 미디어·콘텐트 간 상호 융합·협력·경쟁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미디어는 어떤 콘텐트를 어떻게 최적화해 제공하느냐가 포인트다. 고객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다. 상품과 마찬가지로 콘텐트도 이제 세계에서 통하지 않으면 외면된다. 우물 안 도토리 키 재기 경쟁으론 자칫 ‘콘텐트 식민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미디어 융합시대에 스마트TV는 기업에 기회이지만, 기존 미디어에는 위기적 요소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종합편성·보도 방송채널도 개별 사업의 성패보다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세계 미디어시장을 봐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면 디지털 신한류(新韓流)의 꿈도 가능하지만, 아니면 심각한 콘텐트 역조(逆潮)가 우려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방송의 날 축사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의적인 콘텐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방송도 세계와의 경쟁을 강조하며 글로벌 수준에 맞추길 주문했다. 모두가 옳은 말씀이다.

엊그제 경북 울진에서 지상파 아날로그 TV방송이 종료됐다. 2012년을 겨냥한 디지털화 신호탄이다. 이종(異種) 미디어의 글로벌 이합집산(離合集散)도 어지럽다. 광속도로 변하는 첨단시대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도 기업도 미디어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