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하트 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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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하트 송
매티 스테파넥 글·그림, 김연수 옮김
이레, 136쪽, 8000원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아마도 아마도/눈사람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은 나와 함께 놀고/웃음을 터뜨리고/노래를 부르고/내 곁을 빙빙 돌면서/춤을 출거야./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이보다 더 소중한 일은/없을 거예요."('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중에서)

이 시를 쓴 스테파넥은 결국 어른이 되지 못하고 13살이던 지난해 6월22일 숨을 거뒀다. 하지만 그의 시는 어른보다 더 어른다운 삶의 통찰을 보여준다. 그는 '근육성 이영양증'이란 희귀 유전병을 앓았다. 2000년 첫 시집 '하트 송'을 펴낸 이래 죽기 전까지 5권의 시집을 낸 '꼬마 시인'이다.

5권 중에서 64편을 엄선해 번역한 후 그가 그린 그림과 함께 묶어낸 시집이 한국어판 '하트 송'이다. '마음의 노래'란 뜻의 표제작 '하트 송'을 보면 죽음을 앞둔 아이의 시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삶의 희망을 노래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특별한/마음의 노래를 가지고 있다고!/ 온 세상 모든 이들/저마다 특별한 마음의 노래 하나./ 마술에 걸린 듯 노래를 부르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나 역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누구에게나 들려오는 마음의 노래."('하트 송'중에서)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단지 일찍 경험할 뿐이라는 달관의 지혜를 이 소년은 벌써 알고 있던 것일까. 그는 휠체어와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살아야 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신장 투석을 받으면서도 시를 썼다. 병세가 악화되던 2000년 여름 담당 의사가 마지막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자 그는 "우선 시집을 내고 싶어요. 내 글 속에 담긴 생각과 느낌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작은 소원'은 이뤄졌다.

첫 시집이 인기를 끌자 2001년 10월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 쇼'에 산소 호흡기를 달고 휠체어에 앉은 채로 출연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폭풍을 겪어요. 하지만 풀이 죽어 슬퍼하면서 다음 폭풍이 또 다가와 우리를 날려버릴 때까지 마냥 기다려서는 안돼요. 함께 힘을 모으면 그 폭풍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뻐해야 해요."

'근육성 이영양증'은 신체 근육이 점점 퇴화돼 움직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질병. 그의 두 형과 누나도 같은 병을 앓다 매티에 앞서 세상을 떠났다. 한국에도 1만5000여 명이 이 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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