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지휘했던 박지원(사진) 비상대책위 대표에 따르면 본래 여권이 제시했던 ‘빅딜 안’은 ‘2(신재민·이재훈)+1’이었다고 한다. 야당이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주면 여권이 포기할 수 있다고 제안한 인사가 이미 알려진 신재민·이재훈 후보자 외에 1명이 더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그러나 이 ‘1명’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아니다”고만 했다.
이재오 장관은 일찌감치 민주당이 청문회 합격 명단에 올렸다. 하지만 이 장관은 여야의 ‘빅딜’ 가능성이 점쳐지던 26일께 박 대표가 전화를 걸자 불쑥 “내가 물러날 테니 대신 김태호를 살려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받았다”고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본래 재벌은 핏줄이 웬수이듯 권력은 측근이 웬수다. 대통령은 나라 잘될 길을 고민하면서 청와대에서 맛 없는 밥 먹는데 측근들은 밖에서 맛있는 것 먹고 다닌다. 이 장관처럼 자신을 포기하겠다는 사람이 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빅딜 제안 이후 여권의 ‘무전략’도 꼬집었다. “여권이 빅딜을 제시했다면 당연히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 먼저 언론에 흘려 버리면 (빅딜을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내 발목을 아예 묶는 것 아닌가. 그래 놓고 무슨 빅딜을 바라나.”
조현오 경찰청장의 임명을 강행한 것을 놓고 민주당에선 “이 대통령이 임기 말에 다른, 신임하는 사람을 경찰청장에 임명하기 위해 일단 조현오를 살리는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박지원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운운도 현 정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는 정말 없다”고 주장했다.
신재민 후보자와 관련해선 일부 한나라당 의원도 속으로는 비판적이었다고 한다. 어떤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에게 “(신재민) 정말 너무하더라”고 했고, 또 다른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에게 신 후보자를 궁지에 모는 ‘청부질의’까지 시켰다고 한다. 김태호 후보자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 젊은 의원들 사이에 ‘나도 같은 40대인데 누구는 벌써 총리를 하고…’라는 기류가 있더라”고 소개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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