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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금 노리는 한국 농구, 다시 보니 무서운 적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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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남자농구 대표팀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전력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여전히 높고, 중동의 성장세도 무섭다.

유재학 한국 대표팀 감독은 조직력을 앞세운 수비 농구로 활로를 뚫겠다는 각오다.

◆중동 모래바람에 휩쓸린 한국=최근 아시아 남자농구의 판도는 크게 바뀌었다. 1990년대까진 한국이 간간이 ‘아시아 지존’ 중국을 잡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동이 새 강자로 떠올랐다. 이란은 지난해 톈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했다. 김남기 전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 농구는 중국과 이란의 양강 구도다. 그 뒤에 레바논·요르단 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최장신 하메드 하다디(오른쪽)가 31일(한국시간) 터키 세계농구선수권 튀니지전에서 팀동료 아살란 카제미와 환호하고 있다. [이스탄불 AP=연합뉴스]

중동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동안 한국은 뒷걸음질쳤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5위에 그쳐 48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당했으며,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역대 최악인 7위로 추락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세계 무대에서 선전하는 아시아 4강=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려면 중국은 물론 중동의 강호들을 물리쳐야 한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개막한 터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드러난 중국과 이란, 요르단과 레바논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중국은 첫 경기에서 그리스에 패했지만 코트디부아르를 꺾었다. 골밑과 외곽이 탄탄한 조화를 이뤄 8강 이상을 넘볼 기세다. 김남기 전 감독은 “과거 중국은 손발이 맞지 않아 엉성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직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평했다.

중동 국가들도 선전하고 있다. 레바논이 캐나다를 잡고 파란을 일으키더니 이란도 튀니지를 물리치고 첫승을 올렸다. 3패의 요르단도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추락할 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점점 발전하고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신장의 한계와 슈터 부재=한국과 아시아 4강의 가장 큰 차이는 신장이다. 전 포지션의 장신화를 내세운 중국은 주전 전원이 1m90㎝ 이상이다. 스몰포워드가 2m6㎝로 한국 센터와 비슷하고, 센터는 2m10㎝가 넘는다. 이란과 레바논, 요르단도 2m10㎝ 가까이 되는 장대들이 골밑을 지키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센터 하승진(2m21㎝)의 합류가 불투명해 높이가 크게 낮아졌다. 가장 큰 선수가 2m6㎝의 김종규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이란과 중국을 잡기 위해 압박수비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신장 열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추일승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리바운드할 선수가 이승준 하나밖에 없다. 수비 농구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최인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우리의 변칙수비에 대한 중동 팀들의 대처가 좋아져 통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의 강점으로 꼽힌 외곽의 우위도 사라졌다. 오히려 중국과 중동 슈터들의 기량이 더 낫다. 중국은 왕쉬펑, 이란은 사마드 니카, 레바논은 파디 엘 카디브 등 경기당 20~30점을 몰아치는 슈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2m 가까운 장신이면서 빠르고 슛이 정확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과거 허재나 이충희처럼 수비를 털어내고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추일승 해설위원은 “아직은 아시아 정상권과 전력 차가 크다. 냉정하게 말해 아시안게임 동메달도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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