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국경 뛰어넘은 나환자 사랑 23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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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인도에서 선교사인 남편과 두 아들을 폭도의 손에 잃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현지를 떠나지 않고 23년간 나환자를 보살폈던 호주 여성이 인도 정부가 최고의 시민에게 주는 훈장을 받았다.

인도 정부는 공화국의 날인 26일 '파드마 슈리'(최고의 시민이란 뜻의 인도어) 수상자로 그래디스 스테이네스(54) 여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분하다는 생각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회사업가인 그는 1981년 인도로 갔다가 오리사주(州)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그레이엄 스테이네스 목사를 만나 2년 뒤 결혼했다. 이후 부부는 이 주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 마유르반즈에서 나환자를 보살폈다.

99년 1월 엄청난 불행이 그들을 덮쳤다. 남편과 두 아들(9세, 7세)이 지프에서 잠시 눈을 붙인 사이 힌두 광신도들이 이들을 산 채로 불태워 살해한 것이다. 광신도들은 이 부부가 힌두교도를 강제로 개종시키려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스테이네스는 딸과 함께 남아 봉사를 계속했다. 2003년 살인자들에게 사형이 선고되자 "다 용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남편의 이름을 딴 나환자 병원이 완공된 직후인 지난해 7월 귀국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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