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프런트] 7일 만에 퍼진 ‘인천 괴담’ 유포자 잡은 건 넉 달 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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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즉각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주 인천 모 여고 2학년 이모(17)양을 붙잡아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 발생 4개월이 지난 후의 일이다. 이양은 경찰조사에서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 올렸다”고 말했다.

인터넷 괴담은 광속으로 달리는데 경찰의 수사가 이렇게 더딘 이유가 뭘까.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먼저 인터넷을 검색해 36명의 용의자를 추려냈다. 이들을 한 명씩 조사해 최초 유포자를 역추적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가입자 닉네임의 신원 파악은 인터넷 업체에 통신자료제공요청서를 보내면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 개인정보의 절반 이상이 허위이거나 명의 도용된 것이어서 최초 유포자에 대한 접근이 가로막혔다.

힘들여 신원을 파악해도 접속기록이나 메일·메신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검찰을 거쳐 법원의 영장(통신자료허가서)을 발부받아야 했다. 인천사이버수사대 김양호(경위) 팀장은 “중간 단계 유포자를 한 사람씩 거슬러 올라가는 데 일주일에서 10일씩 걸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수사 관계자들은 “현재의 사이버 수사 제도를 방치하면 천안함 사건이나 광우병 사태에서 나타났던 악성 유언비어의 유통 구조가 다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포괄영장제’를 도입해 (인터넷 범죄에) 초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간첩행위 등 국가안보 관련 사이버 범죄에 대해서는 영장 효력을 갖는 NSL(National Security Letter)을 제시하면 모든 수사자료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오바마 정부는 최근 신속한 사이버 범죄 수사를 위해 NSL의 적용 범위를 사회적 파장이 큰 일반 범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대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 임종인 교수는 “네티즌들이 과거 만우절에 장난전화 하듯 허위사실을 퍼 나르고 있다”며 “선의의 네티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허위사실 유포 초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포괄영장제=단일 사건에 관련된 복수의 증거물이나 수사자료에 대해 1회의 영장 발부로 압수·수색이 가능토록 하는 제도. 파급 효과가 큰 사이버 범죄에 대해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도입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으나 인권침해 논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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