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8월 수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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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달의 심사평  잔잔한 호수처럼 맑게 가라앉은 마음

시조는 3장으로 이루어진 정형시이다. 초장은 시를 처음 이끌어가고, 중장은 초장을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강조하면서 재미(비약·전환·위기 등)를 맛보며 숨가쁘게 달려간다. 종장에선 격동과 수습이 함께 이루어진다. 종장은 숨을 고르면서 전체를 마무리하는 장이다. 작자 역량이 저울질 되고 작품 성패를 가르는 대목이다. 여러 수를 잇달아 연작하는 경우에도 이 형식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시조의 정형조차 이해 못한 채 투고하고, 자수율만 겨우 맞추거나 단순한 상념을 그대로 시어로 쏟아버리는 작품, 기본 역량은 갖추었으나 역량 과시 의지가 너무 표출된 작품이 아직 많다.

장원에 이행숙의 ‘질그릇의 노래’를 민다. 질그릇의 일생을 의인화해 화자의 마음을 시조에 잘 담아냈다. 시를 짓는 마음이 기교를 부리지 않고, 시를 마련하는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맑게 가라앉아 있다. 시는 그 자체가 가지는 말 이외에 어떤 말도 필요치 않은 법이다. 차상은 고교 3학년생 조혜수의 ‘여행’이다. 순수하고 티 없이 맑은 영혼의 소유자가 한여름 여행길에서 얻은 시상을 잘 갈무리했다. 그러나 현실을 충실하게 잘 묘사했다고 해서 곧 시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체험의 군더더기를 깨끗이 걸러내어 객관적인 체험으로 가장 순수한 영혼의 알맹이를 끄집어내 시조의 옷을 입을 때 비로소 시조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차하는 김술곤의 ‘부재’다. 작품 기저에 복선을 깔아놓고 독자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시도 하나의 전달 매체다. 시의 모티브는 추상적 개념에 불과하다. 거울 속에 비춰지는 현실을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형상이라는 옷을 입어야 비로소 시로서 탄생한다. 김원·임은정·최세희·김숙향씨의 작품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심사위원 : 오종문·이종문>

◆응모 안내=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늦게 도착한 원고는 다음 달에 심사합니다. 응모 편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겐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 시조백일장 담당자 앞(우편번호: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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