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검증이 부른 ‘인사 참극’… 도마 오른 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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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대통령실장(왼쪽)이 29일 청와대에서 김태호 국무총리·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대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정진석 정무수석도 옆에서 답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이 대통령은 중앙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40대의 김태호 후보자를 발탁하면서 젊은 세대의 꿈과 희망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그걸 입증할 능력도, 도덕성도 없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가 24~25일 진행한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 그는 거짓말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한 데다 총리로서 국정을 잘 이끌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민주당은 그에 대해 위증죄를 포함해 8가지의 실정법을 위반했다며 “부도덕하다”는 공세를 폈고,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비호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거나, “비상시에 대통령을 대리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없고, 콘텐트도 없는 것 같다”는 등의 우려가 나왔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기자들에게 “경남지사 출신인 김 후보자가 도의회에서 답변하는 정도의 수준밖에 보여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런 가운데 김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자진 사퇴하자 한나라당에선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하긴 한 거냐”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담당 수석실에서 다 검증했다고 하더니, 도대체 뭘 한 거냐”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최고위원은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비서실의) 부실검증으로 부실인사가 이뤄진 데 대해선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그렇게 청와대의 검증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데도 청와대 인사라인은 전혀 바뀌지 않은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정태근 의원은 27일 당 의원총회에서 “부실한 인사검증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공직기강 비서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일부터 시작되는 한나라당 연찬회에선 청와대의 인사검증 문제를 지적하면서 관계자에 대한 문책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나올 것이라는 게 다수 의원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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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청와대도 인사검증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한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9일 “내가 직접 검증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이 대통령이 표방한 ‘공정한 사회’라는 기준에서 사람들에 대한 여러 평판과 도덕성 등을 좀 더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검증시스템도 좋지만 청와대와 여당의 정신상태도 중요하다”며 “여당이 7·28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승리하자 이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은 안이해졌고, 그런 마음가짐이 8·8 개각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글=강민석·정효식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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