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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방중 때와 달리 칩거 행보, 김정은 노출 꺼린 탓?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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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중 사흘째인 28일 지린성 창춘 시내에서 하루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오전에 잠시 외출한 것을 빼면 두문불출하다시피 했다. 언론 노출에 개의치 않던 5월 방중 때와 확연히 달라 보였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한 김정은을 데려왔고 그의 얼굴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보안을 강화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8일 오전 7시20분(현지시간) 방중단의 것으로 보이는 짐을 실은 컨테이너 트럭 1대가 창춘역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 때문에 김 위원장 일행이 이 호텔에서 하루를 더 머무르지 않고 떠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오전 7시30분에는 지린방송국의 방송용 차량과 취재진이 호텔로 들어갔다.

곧이어 경찰 차량이 몰려와 호텔 주변 통제를 시작했다. 30여 명의 경찰은 호텔 정문 앞 좌우 도로에 300m가량의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문 앞에서 김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던 한국과 일본 취재진을 뒤로 물리쳤다. 8시15분에는 전날 만찬 때 공연했던 가무단 버스 4대가 호텔 서문을 통해 들어갔다.

오전 9시 정각, 선도 차량의 안내를 받으며 20여 대의 고급 승용차 행렬이 호텔 정문을 빠져나왔다. 지린 시에서 봤던 벤츠의 최고급 모델인 마이바흐 등이 포함돼 있었다. 불과 2∼3분 뒤 30여 대의 또 다른 고급 승용차 행렬이 호텔을 나섰다. 앞서 나온 행렬 속에 김 위원장이 있었다면, 뒤 행렬에는 후 주석이 탄 차량이 끼어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호텔을 나선 차량은 창춘 시내를 남북으로 가르는 인민대가(大街)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했다. 목적지는 농업박람회장이었다.

외출을 마친 뒤 오전 11시40분쯤 김 위원장 일행은 다시 호텔로 돌아와 오찬을 했다.
김 위원장은 오찬 이후 별도로 오후 시찰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창춘의 대표기업인 이치(一汽)자동차 공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곳도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박2일간 난후빈관에 머물면서 딱 한 번 외출한 것을 빼면 김 위원장은 ‘칩거’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호텔 안에서 비밀스럽게 일정을 소화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행보는 5월 방중 때와 판이하게 달랐다. 언론 카메라에 거의 잡히지 않았을 정도로 철저하게 암행으로 일관했다. 5월에는 다롄(大連)의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푸리화(富麗華)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그 때문에 방송 카메라에 여러 번 노출됐다. 의도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텔 선택에서부터 보안을 최우선으로 중시한 흔적이 역력했다. 첫날 묵은 지린에서는 폭 500m의 쑹화(松花)강과 룽탄(龍潭)산을 낀 우쑹(霧淞)호텔에 묵었다. 이어 창춘에서는 주변이 300~600m 폭의 숲으로 둘러싸여 외부에서 진입이 어려운 난후빈관을 숙소로 잡았다.

게다가 창춘에서는 27일 하루 종일 호텔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방중 루트도 5월에는 관례대로 신의주~단둥(丹東) 루트를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만포~지안(集安) 루트를 처음 이용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창춘=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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