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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경복궁 현판 한자로 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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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25일 광화문 현판 교체계획과 관련, "정조대왕의 글을 집자하는 과정에서 어쩌다 언론에 보도된 것일 뿐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혹의 눈길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한 문화재청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을 내리는 대신 정조의 글을 집자한 현판을 거는 일에 정치성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광화문 현판 교체 문제는 25일 한글학회.외솔회.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 한글운동 단체들이 '광화문 한글현판 지키기 비상대책 위원회'를 만들어 26일 서울 신문로 한글회관 앞뜰에서 궐기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한글 사랑'문제로까지 번졌다. 비상대책위는 "박 전 대통령의 독재정치와 그가 한글 현판을 쓴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그의 글씨로 된 현충사와 세종대왕이 잠든 영릉, 그 밖의 많은 유적지를 단장하고 한글 현판을 단 것은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운 업적"이라고 주장했다.

수원 화성의 화령전(華寧殿.정조에게 제사를 지내는 건물)에 걸려 있던 화령전과 운한각(雲漢閣), 풍화당 현판은 24일 교체됐다. 이 중 운한각 현판이 1966년에 박 전 대통령이 쓴 것이다. 운한각 현판 교체는 수원시가 나서서 지난해 12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

현판을 바꾸는 데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광화문 현판 교체는 2009년까지 계획돼 있는 경복궁 복원 정비 사업의 하나로 추진돼 왔고, 운한각 현판은 '재질(베니어)과 규격, 문양 등이 건물과 잘 어울리지 않아' 교체했다고 한다.

광화문 현판을 굳이 한자로 바꾸는 것과 관련, 유 청장은 "경복궁 내의 현판이 모두 한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 하필 정조의 글이냐는 물음에 유 청장은 "집자 가능한 어필이 정조뿐"이라고 설명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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