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후쿠오카 ‘1000억 달러 시장’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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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26일 오후 4시, 부산시청 26층 부산-후쿠오카(福岡) 경제협력사무소. 허남식 부산시장이 소형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세워진 테이블에 앉자 맞은편 대형 화면에 요시다 히로시(吉田宏) 일본 후쿠오카 시장이 손을 흔들며 나타났다. 허 시장은 “화상회의를 하니 부산과 후쿠오카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 시스템을 기업체들의 무역상담에 많이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다. 요시다 시장도 “마주앉아 있는 것 같다. 경제협력사무소가 비즈니스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부산시와 후쿠오카시는 이날 같은 시각 시청에 경제협력사무소를 각각 열고 화상회의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화상회의 시스템은 두 지역 공무원과 기업인 등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통역지원도 해준다.

허남식 부산시장(왼쪽 아래)이 26일 부산-후쿠오카 경제협력사무소 개소식 후 사무실에서 요시다 히로시 후쿠오카 시장과 화상회의에 앞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가 국경을 넘는 광역경제권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광역경제권 구축 사업은 2008년 3월 부산시가 제안했다. 그해 10월 두 지역 시장이 광역경제권 형성을 위해 공동선언을 한 뒤 64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분야가 수산업이다. 이날 부산 국제수산물도매시장 관계자들은 후쿠오카 선어 도매시장을 방문해 수산물을 상대국 수산시장에 상호 상장하기로 합의했다. 수산물 상호상장은 두 나라 어선들이 잡은 고기를 상대 국가 수산시장으로 바로 싣고가 위판할 수 있는 제도다.

후쿠오카 중앙 선어시장에서는 한국산 광어·매가리와 참다랑어 등이 많이 위판되고 있다. 생선은 부산 지역의 어선이 잡아 부산 수산시장 경매와 수출입 절차를 거친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고기가 싱싱하지 않고 유통비용도 많이 든다.

이르면 내년부터 우리나라 어선들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은 뒤 후쿠오카 수산시장으로 바로 싣고가 위판할 수 있다. 반대로 후쿠오카 지역 어선들이 잡은 고기도 부산시 서구 암남동 국제수산물도매시장으로 싣고 와 판매할 수 있다. 현재 후쿠오카 선어시장에 한국산 광어·전복이 연간 6억 엔(약 84억원)어치 팔리고 있다. 상호 상장이 되면 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의 광어 소비량 중 70~80%가 한국산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전자화폐 공동 사용도 추진 중이다. 두 지역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국의 전자화폐를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호환 가능한 프로그램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두 나라 항구와 공항 출국장에서 상대 나라 전자화폐를 임대해 준 뒤 귀국하면 남은 금액을 반환해 주는 서비스부터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부산과 후쿠오카의 인구를 합치면 497만 명, 지역 총생산(GRDP)은 1090억 달러다. 우리나라 동남권(울산·경남 포함)과 일본 규슈 지역까지 합치는 초광역 경제권의 규모는 인구 2123만 명, GRDP 5632억 달러에 이른다. 동북아시아의 발전축으로 성장시킬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게 부산시의 입장이다.

박종수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국경을 넘는 광역경제권이 활성화되려면 관세 문제와 세부 거래시스템 확정, 상호 보증 등의 과제들을 정부가 많이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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