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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대국' 중국은 빛좋은 개살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상하이 [AFP 연합]

지난해 중국은 무역총액이 1조달러를 돌파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3대 무역대국에 올라섰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이래 25년여 동안 연평균 8.6%의 고성장을 해온 결과다. 때문에 중국이 조만간 독일마져 제치고 미국과 함께 수위자리를 다투는 경제대국이 될거라는 데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양적으로 볼때 그렇고 질적으로 따지면 아직 중국경제는 후진국 수준을 면치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 소련처럼 경제자체가 총체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최근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가는데 넘어야 할 3가지 걸림돌'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경제의 문제점을 낱낱히 분석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핵심기술부족이었다.

◇핵심기술부족=중국의 대표적인 전자기업중 하나인 상하이광뎬(上海廣電)은 2002년 1억2천만달러 흑자를 내면서 5000만달러의 로얄티를 지급했다. 2003년에는 3억달러 흑자에 로얄티는 1억5000만달러를 넘었다. 로얄티 지급 규모가 흑자총액의 절반가까이 되다 보니 회사내에서 재주는 곰(회사)이 넘고 돈은 왕서방(서방 선진국 기업)이 번다는 자조가 섞여 나온지 오래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상하이광뎬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중국 대부분의 정보기술(IT)기업의 로얄티 지급규모가 매출액의 2.5~5%에 달해 로얄티지급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돈벌어 남좋은 일 시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신용평가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중국 핵심기업들의 연구개발(R&D) 비용은 매출액의 1%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정부가 정한 3~5% 수준에 미달하고 OECD 국가수준인 7%와 큰 차이가 난다. 중국 500대기업들의 자체기술개발비용도 기술도입비용의 12분의1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술을 도입해도 도입비용의 90%를 하드웨어 설비구입에 쏟아 부어 기술개발에 효율성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설비가 워낙 낙후돼 어쩔수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홍콩등 이른바 아시아 4용 국가들의 경우 기술도입비용의 40~50%를 소프트웨어 기술도입에 투입, 기술의 응용력을 높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따라서 중국 핵심기업들과 선진기업들과의 기술격차는 당분간 좁혀지지 않아 중국경제가 선진국단계로 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이테크 제품수출은 외자기업이 주도= 지난해 중국은 6000억달러에 가까운 수출을 했다. 그러나 수출액의 60%는 외자기업이 해낸 실적이다. 특히 하이테크 제품으로 가면 중국 토종기업들의 수출점유비율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따라서 수출액은 많아도 벌어들이는 돈은 형편 없다는 게 중국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단 제조업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지난 1993년 부터 2003년까지 홍콩 항생지수에 나타난 중국기업들의 투자수익률은 연평균 24%에 불과한데 반해 미국기업은 84.7%에 달했다. 미국에 비해 3배에 가까운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투자수익률이 이렇게 형편없는 이유는 자원과 자본분배의 저효율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금융기관들은 현재 중국은행의 부실자산비율을 45%(중국정부는 25%라 주장)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20세기 전세계 주요 경제국가중 최고수준이다.

전략자원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도 중국성장의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중국의 석유소비량은 연평균 7%속도로 증가해 왔는데 이런 속도라면 20년뒤 지금의 미국수준에 도달한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석유매장량은 14년 정도 사용할 양에 불과하다. 갈수록 중국경제가 석유자원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 큰 문제는 에너지 사용 효율성이 선진국에 턱없이 떨어져 산업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노후시설에다 후진적인 생산시스템, 관리가 빚어낸 결과다.

실제로 2003년 중국의 GDP 100만달러당 에너지 소비량은 캐나다의 3배, 미국의 5배, 일본의 10배로 조사됐다. 산업별로 보면 철강, 석유화학등 8개 주요산업의 에너지소비는 선진국 수준보다 40% 이상 크다.

여기에다 산업경쟁력의 주요자원인 철광석과 구리의 해외의존도가 각각 50%와 40%에 달해 안정적인 산업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단순가공형 산업유치=올초 중국정부는 지난해 무역액 1조달러 돌파 사실을 밝히면서 "아직은 무역대국이지 강국이 아니다"고 발표했다. 양만 많지 내실을 따져보면 선진국은 아직 멀었다는 의미다. 이같은 무역 내빈의 이면에 중국외자유치형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지난 20년동안 물불 안가리고 외자유치를 했는데 대부분 선진국에서 사양산업인 단순가공형 산업만 들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전체산업에서 단순가공형 산업이 70%를 넘고 있다.당연히 생산제품의 부가가치가 낮아 산업발전을 기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중국정부는 이같은 실정을 알고 2000년대 들어 중국기업의 해외투자를 의미하는 조우추취(走出去) 정책을 시행중이다.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중국경제가 선진경제로 발돋음 하기 위해서는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 이외에도 수십개 요인들이 있다"며 "이는 우리가 중국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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