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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는 세습 왕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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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 의회와 고위 관직이 가족 간의 세습으로 채워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3일 '부자.부부.형제끼리 밀고 당겨줘 상원의원 18명, 하원의원 수십명, 정부 고위직 수명이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왕조 같은 가문과 족벌주의가 미국 정치의 일부가 됐다'며 '워싱턴은 귀족 가발만 쓰지 않은 프랑스 루이 14세 때의 궁정이 돼가고 있다'고 비꼬았다.

◆ 사례=현재 하원에서 아버지가 하원의원이었던 의원은 13명, 주지사였던 의원은 5명, 상원의원이었던 의원은 4명에 이른다. 초선인 패트릭 케네디(민주.로드아일랜드)의원은 아버지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 큰아버지가 35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인 '케네디 왕가'출신이다. 상원에도 아버지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의원이 6명이다.

또 하원에는 남편의 의석을 물려받은 여성의원이 3명 있다. 상원에도 유명 정치인 남편을 둔 여성의원이 3명에 이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민주.뉴욕)가 대표적이다.

최근 숨진 로버트 마쓰이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의 부인 도리스 마쓰이(60)도 남편 지역구의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형제 의원도 칼 레빈(민주.미시간.상원)과 샌더 레빈(민주.미시간.하원)형제 등 상.하원 합쳐 3쌍이 있다.

정부 고위직에도 세습바람은 강하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아들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에,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딸이 보건복지부 감사책임자로 각각 활동 중이다. 또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아들이 노동부 최고위 간부직에, 딕 체니 부통령의 딸과 사위가 각각 국무부와 법무부 요직에 기용돼 있다.

◆ 이유=우선 능력이 인정되면 혈연을 의식않고 중용하는 전통 때문이다.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은 아들 존 퀸시(6대 대통령)를 프러시아 대사에, 케네디 대통령은 동생 로버트를 법무장관에 각각 임명했다. 임명이 아니라 선거로 결정되는 의원직에도 세습이 많아지는 것은 '가문의 지명도와 자금동원력의 조합 결과 때문' (데이비드 로드 미시간대 교수)이다.

미국은 현직 의원이 재선에 유리한 선거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선거구 규모가 작아(전국 435개) 매스컴의 관심이 작은 하원은 일단 당선되면 5, 6선은 떼어놓은 당상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러다 보니 의원이 은퇴할 때쯤이면 자식이 부모의 지명도를 이어받아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

또 미국에선 후보와 가족이 개인재산을 선거에 쓸 수 있다. 자금을 많이 동원할 수 있는 정치가문이 크게 유리한 것이다. 의원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부모를 이어야 한다는 기대 속에 자라는 것도 요인으로 분석된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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