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임기자가 만난 시장 고수]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구재상(46·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의 얼굴이 요즘 부쩍 밝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그였다. 지난해 펀드 수익률이 중하위권으로 밀렸고 환매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미래에셋 펀드들이 수익률 상위권에 잇따라 복귀하고 있다. 환매 규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미래에셋의 간판급 주식형 펀드인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는 최근 6개월 새 16%대의 수익을 나란히 올려 업계 같은 유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0.3%)과 코스피지수 상승률(8.5%)을 크게 앞질렀다. 두 펀드의 3년, 5년 장기 수익률도 업계 상위권에 복귀했다.

구 사장은 “막중한 책임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도 많았다”며 “거함의 항로를 힘겹게 돌려놓은 만큼 앞으로 순항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구 사장을 2년 만에 만났다.

-미래에셋 펀드들의 수익률이 다시 좋아지고 있는데, 비결은 뭔가.

“먼저 지난해 수익률이 부진했던 데 대해 투자자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환경이 급변하면서 미래에셋 펀드들은 위험관리에 좀 더 치중했고, 덩치가 크다 보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데 시간도 걸렸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의 성장동력을 갖춘 종목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잃지 않고 더 열심히 좋은 기업을 찾아 나섰다. 그 노력이 점차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펀드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달라진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면 요즘 뜨고 있는 석유화학주들을 지난해부터 주목해 미리 확보해 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과잉을 걱정하는 소리가 컸다. 하지만 우리의 판단은 달랐다. 전문가들을 만나고 해당 기업들을 직접 방문해 보니 의외로 공급과잉이 심하지 않고 2012~2013년께는 거꾸로 공급부족이 예상된다는 사실을 캐치했다. 더구나 중국의 소비재시장 확대에 따라 플라스틱 등의 원재료인 유화제품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은 적중해 요즘 유화주들이 뜨고 있다. LG화학 등은 2차전지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혀 양날개를 단 모양이다. 우리는 같은 맥락에서 LED와 배터리, 태양광, 모바일, 헬스케어 등 미래 성장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전통적으로 미래에셋펀드는 상승장에서 강하고 하락장에선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향후 증시의 큰 흐름은 어떻게 보나.

“일시적인 흔들림은 있겠지만 올 하반기 중에 시장이 터닝해 상승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본다. 상승 흐름은 2~3년 정도 길게 이어질 것이다. 증시 자금이 자문형 랩이나 채권 등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주식형펀드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을 좋게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계속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의 확대를 주목한다. 미국과 유럽 등이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겠지만, 경기침체를 차단하기 위한 양적 완화와 추가 경기부양책으로 유동성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으로 빠질지 모른다는 의구심만 해소되면 각국의 증시는 상승 흐름을 탈 것이고, 그중 한국 증시가 선두권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증시가 앞서간다는 것은 결국 국내 기업들이 더 좋은 실적을 계속 낼 것이란 얘긴데.

“그렇다. 외환위기와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며 우리 기업들이 더욱 강해졌다. 한국 기업들의 강점은 두둑한 이익, 즉 현금에 기반해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금융위기 이후 많은 글로벌 기업이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것과 차별화된 포인트다. 이익기반의 사업은 더 큰 이익으로 이어진다.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100조원 수준인데 앞으로도 연평균 10%씩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주가도 최소한 그만큼은 상승할 것이다.”

구 사장은 미래에셋의 간판 펀드인 인디펜던스의 차트를 보여주며 “지난 10년간 한국 대표 기업들이 걸어온 길이 이 안에 담겨 있다. 향후 10년 또한 이에 뒤지지 않는 활기찬 행보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1년 설정된 인디펜던스는 이제껏 722%의 수익을 올려 코스피지수 상승률(196%)을 526%포인트나 앞질렀다.

-인사이트펀드 때문에 고생하는 투자자가 많다. 이 펀드는 언제나 좋아지는 것인가.

“큰 책임감을 느낀다. 글로벌 우량 자산에 장기 분산투자하는 신개념의 펀드였는데 설정 직후 금융위기를 맞아 어려움이 컸다. 그래도 우리의 운용 철학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시장 반등에 적극 대응하고 중국 비중을 줄이는 등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면서 수익률이 많이 개선됐다. 한때 -60%까지 떨어졌던 것이 현재 -20% 선으로 돌아섰다. 머지않아 원금을 회복하고 수익을 내기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참고 기다려준 투자자들에게 반드시 보답하겠다.”

-미래에셋이 너무 많은 종류의 펀드를 내놓은 뒤 관리를 제대로 안 하고,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는 바람에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펀드 운용 규모가 62조원으로 국내 최대이다 보니 펀드 수도 많은 것이다.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펀드매니저들의 이동이 많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체 펀드매니저 수가 100명 이상으로 많다 보니 그런 것이다. 우리는 모델 포트폴리오 기반에 팀운용 체제로 펀드를 굴린다. 펀드매니저 몇 명이 이동한다고 수익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국내 최장의 트랙레코드를 갖고 있는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의 높은 수익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다른 기관투자가들과 손잡고 ‘주주협의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미래에셋의 대응이 궁금하다.

“미래에셋은 오래전부터 기업들에 단기 배당보다는 장기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투자를 주문해 왔다. 기관투자가들마다 굴리는 돈의 성격이 다르고 입장 차이도 있겠지만 함께 논의해볼 사안이라고 본다.”

구 사장은 한국 펀드시장에서 숨겨진 성장주를 발굴하는 데 남다른 감각을 가진 고수로 통한다. 펀드매니저는 오로지 수익률로 평가받는다. 미래에셋이 ‘성장통’을 딛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지 여부가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

 글=김광기 선임기자, 사진=박지혜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