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새 원내대표에 정세균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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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된 정세균 원내대표(左)와 원혜영 정책위의장(右)이 임채정 의장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김형수 기자]

여당의 새 원내대표에 정세균(3선)의원이 선출됐다. 열린우리당은 24일 소속의원 150명 중 107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열어 단독 입후보한 정 의원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정 의원과 짝을 이룬 원혜영(재선) 의원도 같은 방식으로 정책위의장이 됐다.

당초 투표로 두 사람의 신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의총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정 대표는 선출 전 연설에서 "개혁이 이뤄져야 민생이 살아나고, 민생 중심의 개혁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이견과 노선 갈등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당내 모든 세력의 입장을 감안한, 정 대표의 발언에 의원들은 박수로 공감을 표시했다. 이로써 2월 임시국회를 앞둔 여야의 원내 사령탑 구성이 완료됐다.

한나라당은 지난 11일 김덕룡(5선)원내대표-박세일(초선)정책위의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김 대표를 빼곤 모두 지난해 여야 격돌의 현장에서 비켜서 있던 인물들이다.

◆ "동향에다 합리적 성품이라 기대해볼 만"=쌍용그룹 임원으로 일하다 1995년 정계에 입문,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신임 정 대표는 전북 무주-진안-장수가 지역구다. 파트너인 김 대표의 지역구는 서울이지만 고향이 전북 익산이다. 평소 교분이 두터운 사이라고 한다. 국회 운영을 책임지는 김원기 국회의장(전북 정읍)까지 동향이다.

여야 의원들은 그래서 대화와 타협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두 사람 모두 정치권에서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인 실용주의자"로 처신해 왔다. 김 대표는 "중도 실용주의자와 경제통으로 알려진 정 대표에게 기대가 많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2월 국회에서 보안법과 사립학교법 등을 논의키로 한 지난해의 여야 합의는 유효하다"며 "김 대표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보안법과 관련, 야당의 법사위 회의실 점거를 비판하면서도 "우리가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구하는 노력을 좀더 했더라면 야당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어지사'(枯漁之肆.먼 곳의 물로는 눈앞의 갈증을 풀지 못한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민생.경제 살리기에 우선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여야간 타협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들이다.

그러나 국회의 순항 여부는 아직 미지수란 의견이 많다. 야당에선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당 내에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면 결국 대야 관계를 강성으로 가져갈 것"이란 우려가, 여당에선 "야당이 개혁입법 저지를 위해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또다시 볼모로 삼을 것"이란 걱정이 나온다.

한편 ㈜풀무원을 창업하고 부천시장을 지내 실물경제 감각과 행정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원혜영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민생관련 여야 정책위의장단 회의' 정례화를 야당 측에 제안했다. 박세일 의장은 "정치보다 경제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동의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김정욱.김정하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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