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어머님이…' 출간 돌아온 입담꾼 성석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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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당대의 입담꾼 성석제(45)씨가 돌아왔다. 이번에 들고온 이야기 보따리는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창작과비평사). 중.단편을 모은 소설집으론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3년 만이다.

성석제에 반한 이들에겐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여성 보다는 남성이 많고, 어릴 적 시골살이 경험이 있는 30.40대가 많다. 한두 번 그의 작품을 읽어봤다면 금세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일 터다. 그리고 하나 더. 시나 장편 소설보다 중.단편 반응이 낫다. 여기서 잠깐. 시라고? 성석제씨는 1986년 시로 등단해 시집 두 권을 낸 시인이다.

각설하고, 성석제는 짧은 글에서 보다 '성석제답다'. 여기에서 '성석제답다'란 정의를 능청맞고 수다스런 입담과 기발한 이야기 전개라고 내린다면, 원고지 100매 안팎의 작은 이야기(小說)는 지금껏 성석제 스타일을 가장 오롯이 드러냈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이런 의미에서 단편 9편을 묶은 새 소설집은 주목 대상이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오후 3시쯤 만나 맥주를 곁들인 인터뷰를 했다. 성석제 식으로 "인터뷰를 빙자해 수다나 떨자"고 운을 뗐더니, "인터뷰를 빙자한 낮술은 처음"이라며 단박에 되받아친다. 수다는, 혹은 술자리는 네시간을 한참 넘겼다.

-이번에도 재미있나.

"당연하다. 난 재미없는 이야기는 안 한다. 재미는 없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는 딴 작가의 몫이다."(저자가 '재미난 예'로 든 작품은 둘이다. 옛 군대시절 고참과 부하의 낚시터 소동 '내 고운 벗님'과 시골 초등학교의 축구 시합을 다룬 '저녁의 별이신'이다.)

-새 소설집 느낌이 예전과 꽤 다른다는 평이다. 밋밋해졌다는 혹평이 있는가 하면, 성숙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사실 이전 소설집에도 인간 내면의 문제를 다룬 작품 한둘은 꼭 있었다. 대개 이런 게 재미가 떨어진다는 소릴 들었다. 여하튼 이런 평이 붙은 건 아마 작품 배치 때문일 게다(작품집 맨처음엔 '잃어버린 인간'이, 맨마지막엔 표제작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가 실렸다). 일부러 내면의 문제를 부각시킬 의도는 없었다. 사실 앞으로도 없다."

-이번에도 어딘가 부족한 주인공이 황당무계한 사건에 얽혀 갖은 궁상을 떤다.

"정형화된 인물은 너무 뻔하지 않을까?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인생은 정서적으로 끌리지 않는다. 어딘가 왜곡되고 비뚤어진 인물을 들여다 보면 외려 삶의 에너지 같은 걸 느끼게 된다. 나에겐 그런 삶이 울림이 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이른바 '성석제 스타일'은 여전하다. 이야기가 여차하면 삼천포로 빠진다. 결론이 어정쩡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이야기가 중간에 딴 데로 흘러 엉뚱한 결말을 맺기도 했다. 그건 내 글쓰기 작업의 가장 큰 놀이이자 재미다. 하지만 난 결론을 미리 잡아놓고 작품을 시작하는 편이다. 애매모호한 결말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다. 정형화된 결론은 재미도 없지만, 우리네 삶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한다."

가장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통하는 데도 "노느라 바쁘다"고 시치미를 뗀다. 그러더니 "올해는 한번 열심히 써볼 작정"이라고 말한다. '앞뒤를 분간할 수 없고 골자가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는'(188쪽) 이야기, 그래서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올해는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글=손민호<ploveson@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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