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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체계 수술 … 인상 요인 곳곳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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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년을 끌어온 발전회사 통합 논란이 일단락됐다. 현재의 ‘한전+6개 발전자회사’ 체계를 유지하는 게 골자다. 대신 수송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통합관리본부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중요성이 커진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위해 한전에 원전수출본부가 신설된다.

이와 함께 내년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가, 2012년엔 전압별 요금제가 도입된다. 전력 판매 부문의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인데, 소비자들의 전기요금에 큰 변화를 주는 내용들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24일 이 같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발전산업도 경쟁을 촉진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오른다=정부는 전기요금 체계를 대폭 손보기로 했다. 진짜 경쟁은 전력 판매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처럼 원가 이하로 파는 구조에선 민간의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기요금은 평균적으로 원가의 92.5%다.

핵심은 국제 연료가격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다. 가스요금에 대해선 다음 달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된다. 시점은 내년 7월로 잠정 결정됐다. 이렇게 되면 가스값이나 유가가 오를 때마다 전기요금도 휙휙 인상된다. 전기요금 ‘자동 인상’ 시스템이 자리잡는 셈이다.

지경부도 이를 의식, 가격상한제를 함께 도입하기로 했다. 한전의 원가 절감을 유도한다는 거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흡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경부는 전기요금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의식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익명을 원한 지경부 관계자는 “연동제가 도입되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내릴 때 전기요금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여섯 가지로 나뉜 전기요금체계도 함께 개편된다. 지금은 학교·공장·농업 쪽에 전기를 싸게 공급하는 대신 주택용과 상가에서 비싼 요금을 받아 보충하고 있다. 이를 쓴 만큼 전기요금을 내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준은 고압 전기를 쓰느냐, 저압 전기를 쓰느냐로 구분될 전망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에 적용되는 누진제도 바뀐다. 지금은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나눠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등급의 요율은 최저 등급의 요율보다 11.7배나 높다. 이를 3단계로 단순화하고, 요율 차이도 세 배 이내로 줄이기로 했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많은 지경부의 계획을 물가 당국이 그대로 받아들일 리가 없다. 최경환 장관도 “이런 원칙이 지켜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발전회사, 현 체제 유지=발전회사 통합 논쟁은 2008년 취임한 김쌍수 한전 사장이 불을 붙였다. 발전회사들을 통합해 연료를 한꺼번에 사면 싸게 살 수 있다는 논리였다. 원전 수출을 위해서도 ‘통합 한전’이 효과적이라는 이유도 내세웠다.

주무 부처인 지경부는 반대했지만, KDI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반년 가까이 진행된 KDI의 연구 결과는 ‘현 체제 유지’로 나왔다. 연료를 각자 구입하는 방식이 통합보다 더 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발전회사를 분할해 경쟁을 시켰더니 싼 연료를 찾아 사오더라는 것이다.

지경부는 KDI 연구안대로 발전사 통합은 없던 일로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또 각 발전 자회사를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키로 했다. 한전 자회사지만 한전의 지휘를 받지 말고, 오히려 한전과 경쟁하라는 취지다. 한전으로선 혹 떼려다 하나 더 붙인 셈이 됐다.

지경부도 통합했을 때 연료 수송비 등의 비용이 줄어드는 점은 인정했다. 그래서 한전과 발전자회사를 아우르는 통합관리본부를 만들기로 했다. 연료수송용 배를 함께 운영하고, 재고나 해외 자원개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또 원전 수출 사업을 총괄할 원전수출본부를 한전 내부조직으로 두기로 했다. 각 발전회사가 나눠 갖고 있는 양수발전소는 모두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이관된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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