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중국 임금 상승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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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몇 년 전부터 중국 정부는 성장 중심의 ‘선부론(先富論)’에서 부의 고른 분배라는 ‘균부론(均富論)’으로 경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더 나은 삶의 질과 근로환경에 대한 노동자들의 욕구는 경제 성장이 가져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국 정부 또한 이런 대세를 더 이상 공권력으로 억누를 수는 없다고 판단했을 게다. 중국 경제는 이제 질적인 전환점에 서 있음에 분명하다.

그러나 주식 투자자들에겐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는 않은 듯하다. 올 상반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1.1%나 성장했지만 중국 증시는 하락 흐름을 거듭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올 들어 20%나 떨어졌고, 국내 중국 펀드에서도 올 들어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유는 무엇일까. 증시는 경제를 비추는 거울이라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명제가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실물경제는 노동자, 채권자, 지주(地主), 그리고 주주 등 경제 내 각 생산요소 제공자들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의 합이다. 이들 중 ‘주주의 몫(기업이익)’이 거래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각 요소의 역학관계에 따라 주주에게 배분되는 몫이 달라지고, 주가는 그 영향을 받는다. 실물경제가 아무리 좋아도 주주의 몫이 보잘것없으면 주가는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

이는 경제의 청년기라 할 과거 고도성장기 때 미국과 일본·한국 등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된 바 있다. 전체 성장의 몫이 컸지만 10%대의 높은 금리와 치솟는 부동산 가격, 고임금 등에 흡수돼 주주의 몫은 좀처럼 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다우지수는 1965년부터 82년까지 600~1000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고, 한국 코스피지수 역시 89~2004년 500~1000포인트의 터널 안에서 옴짝달싹 못했다. 주가가 본격 상승한 것은 경제가 장년기를 맞아 저성장·저금리가 구조적으로 안착돼 주주의 몫이 커지게 되면서부터였다.

지금 중국은 청년기 국가다. 성장의 몫은 당분간 노동자와 채권자 등에 더 많이 이전될 것이고 주주 몫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임금 상승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의 문’이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급증하면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지갑’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갑이 열리는 곳에 가치가 있다. 중국이 202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주식 투자자라면 중국의 지갑이 열리면서 큰돈을 벌게 될 글로벌 소비재 기업과 여기에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 그중에는 한국 기업이 여럿 낄 것이다. 한국 증시의 전망이 밝은 이유다.

수출 외에 중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와 마음껏 돈을 쓰게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비행기로 고작 1시간 거리에 엄청난 구매 잠재력을 지닌 중국인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다. 이미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일본인을 앞질렀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중국 관광객이 더 와도 걱정이라고 한다. 이들을 수용할 숙박시설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스펜드 인 코리아(Spend in Korea)’의 성공을 위한 터 다지기가 절실한 때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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