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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혈당 경보지대 '인슐린보호 로드맵' 지켜라

중앙일보

입력

헬스코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최근 들어 가장 급속하게 증가하는 만성질환 중의 하나가 당뇨병이다. 이의 가장 큰 원인은 복부비만의 유행과 과당을 함유한 음식들의 범람 때문이다. 얼마 전 의사들에게 암과 당뇨병 중 더 걸리기 싫은 병을 물었더니 당뇨병을 답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은 시사해주는 바가 있다.

얼마전 김호식씨가 병원을 방문하였다. 건강검진결과에서 혈압이 높게 나와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것이다. 가지고 온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니 혈압 외에도 간기능수치와 혈당수치가 눈에 들어왔다. 간기능수치의 대표인 OT/PT가 55/48로 약간 증가되어 있었고 혈당수치는 111에 가있었다. 111이면 당뇨전단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는 혈당건강지대를 건너 혈당위험지대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그를 보았을 때, 복부비만이 눈에 띄었는데 복부비만은 인슐린저항성을 불러일으키고 인슐린저항성은 궁극적으로 당뇨를 일으킨다. 그의 복부비만의 주원인은 역시 사무실생활과 잦은 음주와 회식이었다.

인슐린 기능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검사시 당화혈색소나 공복혈당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인슐린은 예민한 효소이다. 한국인이 지금 당뇨대란에 부딪힌 이유는 인슐린이 가진 잘 소진되는 성향과 예민성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무심했기 때문이다. 사실 따져보면 인슐린 자체의 기능에 무지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인슐린은 흔히 이자(췌장)라고 불리는 장기의 베타세포에서 합성, 분비되는데 혈액 속의 포도당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인슐린은 무한히 분비되지 않는다. 인슐린이 무한대로 생성된다고 믿는 인슐린 화수분의 착각이 과식, 폭식, 인스탄트식, 결식 등의 인슐린을 빨리 소모시키는 식습관이나 흡연,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의 인슐린의 기능을 망실시키는 위험행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맡기게 방치했다.

과식을 하면 인슐린이 많이 분비된다. 이는 들어온 칼로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우리 몸의 유전적 설계 덕분이다. 수만 년간 배고픈 시대를 살았을 인류가 겪었을 당연한 진화의 양상이다. 대량분비된 인슐린은 혈액 내의 포도당을 거두어들여 간이나 지방세포에 저장시켜 나중에 쓸 수 있도록 비축한다. 그런데 대량분비된 인슐린이 만드는 빠른 혈당수거 작업은 체내에서도 빠르게 혈당을 제거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로 인해 다음 식사에서 더 크게 배고픔을 느낀다. 결국 과식은 과식을 초래하고, 과식-인슐린분비-배고픔이라는 인슐린소모 사이클은 결국 인슐린 분비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병인 당뇨를 야기한다. 게다가 한국인의 췌장 베타세포 크기가 서양인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의 인슐린 보호 로드맵이 얼마나 치밀해야 하는지는 두말할 나위없는 진실이다.

한국인의 인슐린보호 로드맵
1. 비만이나 내장비만이 있는 사람,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지방간 등의 대사성증후군 소질이 있는 사람, 과도한 흡연이나 음주 등 인슐린 저항성을 높일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정기적인 혈당과 당화혈색소 체크를 실시해야 한다.
2. 공복혈당이 아직 당뇨전단계나 당뇨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100mg/dL 근처러 이동하고 있다면 즉각 인슐린 보호조치에 나서야 한다.
3. 인슐린 보호조치의 핵심은 인슐린 조기소모 방지와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다.
4. 인슐린 조기소모 방지를 위해서는 평소식사량의 80% 유지 식사와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엄수한다.
5. 인슐린 저항성 개선을 위해 과음, 흡연, 스트레스를 반드시 막고, 인슐린 성능을 향상시키는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6. 만약 당뇨전단계에 있거나 당화혈색소가 6%를 넘었다면 위의 조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가야 한다.
7. 같은 칼로리라도 혈당을 덜 올리는 음식을 택하라. 이것이 GI 개념이다. 칼로리가 같아도 혈당을 많이 올리는 쪽은 대부분 맛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음식들임은 인지하기 바란다. 결국 음식에 맛이 없을수록 건강에는 이로운 것이다.
8. 한국인의 비만은 탄수화물 섭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밥도 많이 먹으면 남는 탄수화물은 인슐린에 의해 지방으로 바뀐다는 평범한 사실을 알기 바란다. 지방을 먹어야 지방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탄수화물집착이 한국인의 인슐린 조기소진을 부르는 또 다른 비밀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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