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 獄中전도 사형수 무기로 감형'연말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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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형 선고를 받고 10년 동안 집행일을 기다리면서도 수백명의 수감자에게 복음을 전파한 사형수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30일 단행된 정부의 사면·복권으로 새 삶을 얻은 화제의 주인공은 김진태(37)씨. 金씨는 1993년 어머니에게 상습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를 공기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존속 살인)로 사형이 선고됐었다.

현재 56명의 미집행 사형수 가운데 최장기수인 金씨는 사형을 선고받은 뒤 구치소 내에서 기독교에 귀의했다. 이후 그는 방을 옮겨다닐 때마다 같이 지내는 수감자들에게 복음을 전파, 6백여명을 신도로 만들었다. 특히 金씨는 사형수들에게 면제되는 화장실 청소 등 궂은일을 도맡아 왔으며 사형 집행 후 안구와 신장을 기증하기로 서약하는 등 교리를 몸으로 실천하면서 수감자들의 모범이 됐다.

그는 영치금을 아껴 모은 1백만원을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지난해 말 어머니를 통해 사회단체에 기탁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면·복권에서는 金씨를 포함해 사형수 네명이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전진배 기자

allon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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