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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통감 관저’ 설계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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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제의 한국통감 관저 설계도가 한국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됐다. 1910년 한국 강제병합 이전 한국에 설치하려던 관저의 신축 도면(사진)이다. 초대 한국통감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이 관저에 입주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 지어지지는 않았다.

도쿄대학의 다니카와 류이치(谷川龍一·아시아 근현대 건축사) 교수가 최근 설계도면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3일 전했다. 설계자는 메이지(明治)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 다쓰노 긴고(辰野金吾)다. 그는 도쿄의 일본은행 본점 등을 설계했다.

설계도는 100대 1 축척의 평면도와 입면도 31장으로 구성돼 있다. 관저는 벽돌구조의 서양식 2층 건물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일본은 1905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 보호국으로 만들고 이토를 초대 통감으로 임명했다. 관저 설계도 그 무렵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오가와라 히로유키(小川原宏幸) 일본 메이지대학 교수(한·일 관계사)는 “일본은 조선 국민을 굴복시키기 위해 눈에 잘 띄는 건물을 많이 지어 일본 문명의 상징으로 과시하려 했다. 관저 설계 역시 이러한 통치 수단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한국에서는 부정적인 유산이라는 이유로 강제병합 시절 지어진 건물들을 철거하는 경우가 많다”며 90년대 해체된 옛 조선총독부 청사를 예로 들었다. 신문은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는 한국 내에서도 (일제 시대 건물에 대한) 학술적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해 조선총독부와 관련된 건축물 도면 약 2만6000장을 보존하거나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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