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항암제' 글리벡 1년 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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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7면

백혈병 환자들에게 기적의 항암제로 알려졌던 글리벡의 국내 1년6개월 치료성적이 나왔다.

지난해 5월 15일부터 글리벡을 무상으로 공급받았던 국내 28개 병원은 그동안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5백41명에게 글리벡을 투여한 결과, 이중 3백49명이 1년 이상 생존하며, 적극적인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료를 중단한 1백92명 중 극히 일부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했고, 나머지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보다 정확한 통계는 가톨릭대 성모병원 조혈모세포 이식센터에서 나왔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1백81명(평균 42세)을 대상으로 투약했는데 백혈병 초기(만성기) 55명의 1년 생존율은 95%, 중기(가속기)와 말기(급성기)는 각각 87%와 41%로 나타났다. 이는 글리벡 투여는 가능하면 빠를수록 결과가 좋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반적으로 백혈병의 중기 생존율은 6∼9개월, 말기는 3∼6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에 발표된 중기와 말기 환자의 치료성적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골수이식과 병용 사용함으로써 중기 또는 말기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 소개돼 관심을 모은다.

성모병원 조혈모세포 이식센터 김동욱 교수는 "21명의 중기·말기 환자에게 글리벡을 투여, 암세포를 죽여 백혈병 초기단계로 돌려놓은 뒤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 결과 현재 1명 사망, 2명 재발에 그치는 놀라운 성적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은 평균 7개월째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한편 올해 미국혈액학회지에 발표된 글리벡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리벡을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가 인터페론 및 항암제를 병합해 사용했을 때보다 세배 정도 치료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리벡은 BCR-ABL 암유전자에서 만들어내는 암단백질의 기능을 선택적으로 차단, 암세포 활성화를 막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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