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로'(서울 강남구 신사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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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파리의 에펠탑, 도쿄의 도쿄타워,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런던의 빅 벤, 그리고 서울의 서울타워.

각 도시를 대표하는 전망대다. 이 장소들은 하나같이 커다란 유리창문을 갖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담아내려는 생각에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스카이라운지 '안젤로'엔 네모난 창문 대신 벽을 꽉 채우는 커다랗고 동그란 창문이 벽을 따라 나란히 나 있다. 도시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보다는 예쁘게 보여주려는 뜻이겠다. 사방팔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도시의 야경도 장관이겠지만, 동그란 틀 속에 아담하게 담겨진 서울의 야경은 꿈 같다. 천상의 도시랄까, 안젤로의 풍경이다.

네모난 집에서 나와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학교로 가니 네모난 책상에서 네모난 칠판이 보이더라며 투덜대는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은 네모다. 반면 동그란 창은 비일상적이다. 한 점에서 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점들의 모임인 동그라미는 균등한 힘을 가진 도형이다. 물리적으로도 마찬가지여서, 동일한 압력을 견뎌야 하는 비행기나 잠수함의 창문은 모서리 없이 동그랗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사원 정면에 스테인드 글라스로 채워진 원형창은 천국을 상징한다. 네모가 땅이고 현실이라면, 동그라미는 하늘이고 꿈이다.

15층 스카이라운지 안젤로의 가장 매력적인 인테리어 요소는 창문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에 있다. 압구정동 너머로 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이 멋진 서울 야경은 어떤 실내 재료보다, 가구보다, 소품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형창은 멋진 야경을 비일상적으로, 환상적으로 보여주는 틀이다. 그 창가에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의자를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는 충분히 훌륭하다. 당신이 일상의 지루함을 잠깐 벗어버리고 싶다면 밤10시 이후 안젤로의 창가 자리를 추천한다. 서울이 우와, 예술이다.

김주원 ㈜엔케이디자인 소장 jwkim@enkeidesign.com

◇안젤로는 간단한 음식과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이닝 바. 파스타가 1만5천원선이며 허브 소스가 가미된 비프 필레는 2만5천원이다. 02-549-0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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