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날카롭지 못해 죄송” … 이재오·조현오 벼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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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사청문회 장이 선다. 하루 동안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를 비롯, 5명의 후보자들이 청문회에 오른다. <표 참조>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왼쪽)가 민주당의 거센 공격이 예상되는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 서울 갈현동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서며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22일 “치열한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야당이 절치부심한 상태다. 20일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두고 당내에서조차 “날카롭지 못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는 “첫날 청문회는 죄송하다. 기본부터 잘못이었다. 23일부터 분발하겠다”고 별렀다. 전현희 대변인은 "국민을 대신해 처절한 심정으로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5개 상임위에서 열릴 청문회에선 특히 이재오 후보자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관심이 쏠려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이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동업자’로 불린다. 특임장관은 청와대·내각과 국회 간 소통의 가교 역할에서부터 남북 관계까지 행동 반경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는 자리다. ‘이재오 특임장관’이란 조합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다. 이 후보자는 이미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권익위를 존재감 있는 정부기관으로 변모시킨 이력도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실세 특임장관의 역할과 관련한 문답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개헌과 정치개혁, 남북관계 역할론 등이 대표적이다.

도덕성과 관련해 야당에선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를 받은 적이 있는지 집중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는 “로비가 있었다는 그 시기에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작 남 사장이 해외 계약 체결건을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할 예정이어서 자칫 공방만 오갈 가능성도 있다. 이 후보자가 군 복무 시절에 파견교사로 일하며 대학 과정인 중앙농민학교를 다닌 걸 두고 야당에선 “3중 생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여야 모두 조현오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조 후보자가 지난해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사망했느냐.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 “천안함 유족의 동물처럼 울부짖는 모습을 언론이 여과 없이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안함 유족들이 조 후보자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여권을 중심으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유무를 알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기류가 묘해졌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은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여당은 특검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 무게를 싣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 후보자가 이런 공세에 어떻게 답변할지가 초점이다. 그의 답변이 김태호 총리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출석 여부와 발언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정국의 새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다른 후보자들=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 브레인에서 출발, 교육 수장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런 만큼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평가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한나라당 친이계 재선 의원 출신인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친박계인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안배에 따라 발탁된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진 후보자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의 측근, 유 후보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의 경우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도덕성 의혹이 크게 제기되지 않는 편이다. 

고정애·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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