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확대…토론대회·교육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최근 들어 각종 토론대회와 토론 관련 프로그램에 학생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사교육을 줄이고 교과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사고력을 키우려는 학교들의 움직임 때문이다. 대학입시 면접에서 토론·논술능력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전형의 확대도 한 몫하고 있다. 토론대회와 토론교육 현장을 찾아가 봤다.

# 14일 서울고등학생토론대회 본선 현장

학생들 상상력 발표에 유쾌한 웃음소리

 14일 오전 9시 서울 덕수고에선 제3회 서울고등학생토론대회 본선이 열렸다. 교실마다 지역별 예선을 통과한 1, 2위 고교생 총 46개팀 138명이 몰려와 북적거렸다.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진행된 이날 대회에서 최중 우승자는 서울여고팀(놀토누리)이 됐다. 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성균관대 박정하 교수는 “서울여고팀이 사회통합 비전, 지역발전 촉진, 지역특색 다양화 등 3가지 주장과 근거를 각각 독립적·연계적으로 융화시켜 제시한 점을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서울여고팀 정경화 지도교사는 “토론교육이 학생들에게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곽지영(서울여고 2)양은 “여러 상대팀들에게서 다양한 토론기법과 능력을 한 수 배울 수 있었다”며 “나중에 대학에서 공부할 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회는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지역 중등교사들로 이뤄진 독서토론논술교육연구회가 주최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을 지도·심사할 교사 수가 참가학생 규모에 맞먹는 110여명에 달했다. 오전 10시를 넘어 시작된 1차전은 120분 동안 14개 교실에서 진행됐다.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는 주변국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를 주제로 진행된 1차전에선 팀 구성원들이 개인별로 나뉘어 각 교실에 배치돼 다른 팀원들과 섞여 앉았다. 논제에 대한 개인별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는 원탁토론을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저마다 준비해온 쪽지를 보고 빈 종이에 상대방 의견을 쓰며 의견을 발표했다. 찬·반 토론이 아니므로 독특한 아이디어를 꺼내놓는 학생들의 상상력 발표에 일부 교실에선 유쾌한 웃음소리도 흘러나왔다.

 점심식사 뒤 벌어진 2차전은 팀 대항전으로 진행됐다. 1차전을 통과한 4개 팀이 ‘대입전형에서 지역할당제를 의무 실시해야 하나’라는 주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규칙은 교차질문형 찬반토론. 찬성팀이 논제의 합리성을 주장하면 반대팀이 질문한 뒤 반론을 펼치고, 이어 찬성팀이 질문한 뒤 반론을 다시 반박하는 식으로 서로 주장을 주고 받았다. 최대한(서울 잠실고 2)군은 이번 토론대회에 대해 “입시 위주 수업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소통하는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결승전도 같은 주제와 방식으로 진행됐다. 탈락한 학생들에겐 결승토론을 지켜보며 양측의 주장을 분석해보는 기록표를 작성하게 했다. 대회진행과 심사를 맡은 효문고 강윤정교사는 “토론을 참관하는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 16~18일 여름방학 초등학생 토론캠프 현장

지원 예산 작아 참가자 수 제한은 문제

 16~18일 서울 강북의 수유초등학교. 이 곳에선 초등 5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초등학생 토론캠프가 진행됐다. 첫째 날은 논제의 조건 세우기, 토론 맛보기 등 토론 입문 과정이, 다음 이틀간은 학생들이 직접 토론을 체험해보는 자리가 꾸며졌다. 찬반토론, 투표토론, 피라미드토론, 원탁토론 등 다양한 종류의 토론형식이 선보였다.

 학생들은 주어진 논제에 대한 실제 토론을 벌이면서 의견을 제안하는 ‘입론’, 이에 반박하는 ‘반론’, 각 주장을 정리하는 ‘협의’ 등 진행 순서와 발언시간 등 토론 규칙들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지정근(서울 동신초 5)군은 “큰 목소리로 떠들 줄만 알았었는데, 이 캠프를 통해 내 생각을 친구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 단짝인 같은 학교 조민혁군을 가리키며 “토론할 때 화가 나면 감정을 조절하도록 친구가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여러 대안들 중 문제 해결에 적합한 대안을 선택하기 위해 일대일 부터 팀대팀 토론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피라미드토론이 학생들의 가장 큰 흥미를 끌었다. 김정연(서울 성북초 5)양은 “다른 친구의 감정을 헤아려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며 “참을성이 길러지고 같은 의견의 친구끼리 힘을 모으는 법도 알게 됐다”고 자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성북구청의 지원을 받아 성북교육청 독서·토론·논술 지도교사와 장학사 15명이 힘을 모아 설계한 수업이다. 독서지식을 활용하는 사고력과 비판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올해로 3회째인 이 캠프엔 성북교육청 소속 43개 초등학교 5학년생 120여 명이 참여했다. 각 학교당 3명씩 학교장의 추천으로 참가할 수 있는데 최근 인기를 끌면서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지원예산이 부족해 참가자 수를 제한하고 있다. 서울시성북교육청 초등교육과 이병재 장학사는 “적은 예산을 독서·논술 등 다른 교육프로그램과 나눠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토론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생 수를 제한하는 것도 원인”이라며 “동화작가와의 대화의 자리 등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지난 17일 서울 수유초등학교에서 열린 여름방학 초등생 토론캠프에 참여한 성북교육청 학생들이 찬반 토론과 피라미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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