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조에 계약직 추천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가 함부로 사진을 찍는다며 취재 중인 사진기자를 경찰에 신고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경찰과 노조원(左), 사진기자가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날 취재진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양광삼 기자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 간부의 채용 비리를 수사 중인 광주지검은 21일 회사 측이 노조에 생산계약직 채용 대상자의 추천권을 준 뒤 노조가 추천한 사람들을 채용했다는 진술을 확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21일 기아차 광주공장의 전.현직 인사 담당자 5~6명을 소환조사해 "지난해 단체협상 과정 등에서 생산계약직 가운데 일부를 노조가 추천하는 사람 중에서 뽑기로 비공식 합의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회사가 비정규직 채용시 노조에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을 할당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노조 간부 개인의 금품수수 비리가 아니라고 본다"며 "노사가 이면 계약을 통해 생산직 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회사 측이 노조에 할당한 추천 대상자 수가 전체 채용 인원의 20%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아차는 입사지원서에 '추천인'란을 둬 사측이 노조의 인사개입을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이 지난해 5~7월 채용한 생산계약직 사원 1079명 가운데 나이.학력 등에서 채용기준(30세 미만, 고졸 이상)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450여명에 달한 것으로 기아차의 조사 결과 밝혀졌다.

광주지검은 이날 형사2부 이광형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강력.형사.공안.공판부 등 검사 6명을 팀원으로 하는 전담수사반을 편성해 전면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광주시 서구 내방동에 있는 기아차 광주공장 및 노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사내.사외 추천인이 적힌 입사지원서, 계약직으로 채용된 1079명의 명단 등 인사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 자료를 분석해 노조 간부들이 추천한 사람들이 실제 얼마나 채용됐는지 등을 밝힐 방침이다.

또 생산계약직 사원의 채용조건 등으로 9명에게서 2억원가량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광주공장 노조지부장 정모(45)씨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그러나 정씨는 검찰에 나오지 않았다.

한편 기아차는 21일 광주공장에 대한 전면 재감사에 들어가 비정규직 전원을 대상으로 채용 과정과 증빙서류 등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천창환.조강수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