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에도
솔잎은 얼지 않고
나무들은
뿌리만으로 겨울을 견딘다
모두 오염되고
파괴되었어도
생명은 얼지 않고
뿌리에서 오는 힘으로 넉넉히
새봄을 준비한다.
-김지하(1941∼) '솔잎' 전문
깊은 산골의 소나무가 많이 죽어가는 까닭이 꼭 솔잎혹파리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겨울에 솔잎이 얼지 못하는 것 또한 그 이유라는 것이다. 뿌리만으로 겨울을 견디는 힘을 나무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생명을 화학약품과 주사로 치유하려는 것은 우리의 큰 잘못이다. 솔잎을 소재로 내세운 음료가 그 솔잎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도 신토불이의 견지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김광규<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