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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엄동에도

솔잎은 얼지 않고

나무들은

뿌리만으로 겨울을 견딘다

모두 오염되고

파괴되었어도

생명은 얼지 않고

뿌리에서 오는 힘으로 넉넉히

새봄을 준비한다.

-김지하(1941∼) '솔잎' 전문

깊은 산골의 소나무가 많이 죽어가는 까닭이 꼭 솔잎혹파리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겨울에 솔잎이 얼지 못하는 것 또한 그 이유라는 것이다. 뿌리만으로 겨울을 견디는 힘을 나무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생명을 화학약품과 주사로 치유하려는 것은 우리의 큰 잘못이다. 솔잎을 소재로 내세운 음료가 그 솔잎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도 신토불이의 견지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김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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