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노총, 노사정 참여하여 경제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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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노총의 노사정 대화 복귀가 무산됐다. 민주노총은 20일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 복귀 안건에 대해 정족수 미달로 표결 자체를 무산시켰다. 민주노총 내부 갈등이 간단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 대의원대회는 정치판을 뺨칠 정도였다고 한다. 반대파는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아 새벽까지 13시간 동안 진을 빼놓았다 시간 끌기, 집단 퇴장으로 표결 자체를 물 건너가게 한 것이다.

올해 우리는 경제살리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 기나긴 불황에 짓눌린 국민은 경기회복을 고대하고 있다. 이런 민심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사회협약 체결과 정쟁 없는 한 해를 다짐했다. 기업들도 유례없이 설비 투자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국민은 최근 민주노총 위원장과 한국노총 위원장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제안에 큰 기대를 걸었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계가 드디어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실업문제에 눈을 돌렸다며 반색했다.

이런 마당에 민주노총의 이번 결정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서로 힘을 합쳐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판이다. 노사관계가 삐거덕거리는데 어떻게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길 기대하겠는가. 경제 전반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서 노사정 대화 복귀를 '적에 대한 투항'이라 규정한 민주노총 강경파의 주장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흑백논리다. '대화와 협상'을 '투항'으로 매도하면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인가.

전교조와 공공연맹을 거느린 민주노총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 면에서 막강하다. 그만큼 거기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도 느껴야 한다. 자기 주장만 옳다고 우긴다면,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국민의 손가락질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 대화 복귀를 재론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다 성숙한 결론으로 국민 여망에 화답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노동자와 경제를 살리고 민주노총의 생존을 도모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