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선거 各論 손질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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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날 선거에서 미디어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미디어는 주요 의제와 쟁점을 제시하고, 이들에 대한 정당 및 입후보자들 사이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선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주는 바로 이런 '미디어 선거'의 묘미를 그대로 보여준 한 주였다. 선거일인 12월 19일이 주 중간에 끼여 있어 선거 전날, 선거 당일, 차기 대통령이 당선된 뒤의 보도가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중앙은 나름대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균형잡힌 시각을 견지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론 미디어가 지닌 속성 때문에 아쉬운 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첫째, 철저하게 '경마식 보도'에 입각했다는 점이다. 선거가 지닌 의미는 사라진 채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물론 이런 경향은 중앙일보뿐 아니라 모든 미디어에 공통적인데, 이같은 경마식 보도가 선거의 본질을 뒤바꾸어 놓기도 한다. 선거 전날까지 각 정당이나 입후보자는 폭로전을 전개하며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고자 했는데, 중앙 역시 이를 그대로 중계했다. '"나라종금 수사 盧 측근 관련 은폐"/한나라, 조서 조작 주장', '"정연씨 8억대 아파트 어떻게 샀나"/민주, 자금출처 공개 요구'(16일자 5면) 등과 같이 사실에 대한 확인 없이 폭로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둘째, 선거전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주요 의제들에 대한 각 후보 측의 주장이나 그에 따른 반박이 점점 거칠어지고 선정적으로 흐르게 되는데, 이러한 선정성이 보도에서도 드러났다. 이번에 가장 쟁점이 된 의제는 행정수도 이전과 대북 관계인데, 이성적 접근보다 감정적인 접근이 주를 이뤘다.

'한나라 "충청 시민단체들도 반대"/민주당 "수도권집중 대책 내놔라"'(17일자 5면, '행정수도 이전 사활건 공방')나 '한나라 "북과 똑같은 말 되풀이"/민주당 "독재 수법 본뜬 색깔론"'(17일자 8면 '거칠어지는 대북 논쟁') 등에서 보듯 극단적인 흑백논리와 이항대립적 갈등이 선정적인 기호들과 더불어 제시되고 있다.

셋째, 당선자가 결정된 이후에는 철저하게 '승리자 중심'의 보도경향을 띠고 있다. 그것도 개인적인 삶의 역정에 주목하면서 '인간 승리'의 모습으로 변모시킨다. 여러 중요한 의미를 지닌 대통령선거가 한 개인 의지의 달성으로 '개인화'되는 것이다. 이런 당선자 중심의 보도경향은 '선거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극단적 경쟁의식을 심어주게 된다.

'"그냥 참 좋습니다‥·국민에 감사"/민주당 盧대통령 연호‥·"지옥 갔다 왔다"'(20일자 4면), '도전 또 도전하는 오뚝이 승부사/盧당선자 일대기'(20일자 6면), '3金 계보정치 거부한 통추가 핵심/노무현의 사람들'(20일자 7면) 등과 같이 당선자 중심의 일대기나 주변 인물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보도 방식은 주요 정치인과 그를 추종하는 그룹들을 중심으로 하는 '계보정치적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

돌이켜 보면 중앙은 이번 대통령선거를 미디어 선거로 이끄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주요 의제 선정, 쟁점 부각, 후보자의 차별성 부각,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 및 해석, 집권 후 전망 등에서 높은 심층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문제점 또한 노정된 만큼 앞으로의 선거 보도에서 참고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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