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연일 파격행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무현(盧武鉉·얼굴)대통령당선자의 파격적인 행보가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盧당선자는 당선 다음날인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대중 사우나에 혼자 나타났다. 민주당 출입 기자단과의 만찬에 앞서 잠시 짬을 낸 것이다.

盧당선자의 깜짝 등장에 사우나 직원들과 손님들이 경악했지만 본인은 담담했다고 한다. 盧당선자를 뒤따른 10여명의 경호원은 차마 사우나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렸다.

격이나 형식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盧당선자는 기자들에게 "벌써 감옥에 갇힌 기분"이라며 밀착 경호를 부담스러워했다.

盧당선자는 파견 나온 대통령 경호실 직원들에게도 "대통령이 장을 보러 나왔다든가,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했다든가 하는 장면에서 국민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다"며 '탈 권위 경호'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盧후보는 "15년 된 운전 기사를 바꿀 수 없다"며 청와대가 제공한 방탄 리무진을 사양해 관계자들을 머쓱하게 했다.

21일 휴가차 제주도로 떠날 때는 20인승 군용기를 거절하고 대신 일반 항공기를 이용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비밀스러운 휴가였지만 盧당선자가 일반 비행기를 타는 바람에 일정이 공개됐다"고 말했다. 盧당선자는 '왜 군용기를 거절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아직은 대통령이 아니라 당선자다. 난 자유로운 것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누리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제주도에선 고급 호텔이 아니라 '펜션' 형태의 '콘도형 민박'을 이용했다.

정국 구상에 몰두한 포즈를 취해 달라는 사진 기자들의 요청에 盧당선자는 팔짱을 낀 채 바다를 응시하는 모습을 연출해 줬고, 식당에 들러선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이리 온나(이쪽으로 오거라)"하며 아이들을 번쩍 안아들고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盧당선자는 관례상 하도록 돼 있는 권양숙(權良淑)여사와 자녀들에 대한 경호도 거절했다. "(가족들에 대한 경호는) 원래 볼모나 인질로 삼아 무슨 일을 할까봐 하는 건데 시대가 바뀌었으니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22일 "친근하고 서민적인 대통령상을 앞으로 천천히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