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 읽기] '칠드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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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칠드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작가정신, 392쪽, 9500원

일본 만화 매니어는, 뜻밖에도 탄탄한 스토리에 매력을 느껴 빠지게 된다고 말한다. 터무니없는 과장으로 점철된 듯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뭉클한 어떤 것이 가슴 한켠에 남는다는 이야기이다. 일본에서 주목받는 신예 작가의 이 소설은 만화처럼 유쾌하다. 하지만 소설적 장치는 꽤 정교하다. 5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것 같지만 한 편의 연작소설처럼 각각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진나이'라는 인물의 19살 때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일화가 소설의 줄거리다. 그 일화가 재미있다. 이를테면 은행 강도의 인질로 잡히자 살벌한 분위기가 싫다며 비틀스 노래를 웅얼거리는 식이다.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 벌이는 좌충우돌 사건이 쉼없이 터진다. 각각의 단편마다 각기 다른 화자가 이야기를 이끈다. 주인공의 행동은 사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의 철없는, 그러나 순진무구한 행동을 닮았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하나의 세태 고발서다. 고발의 주체는 '진나이'란 어른으로 상징된 맑은 눈을 가진 아이, 즉 제목'칠드런'이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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