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리튬 개발권 뒤엔 ‘형님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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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 볼리비아 대통령이 25~27일 방한한다고 청와대가 20일 발표했다. 볼리비아는 세계 리튬 부존량의 절반가량인 약 540만t을 보유한 광물자원 부국이다. 리튬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전기자동차 등에 쓰이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모랄레스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에너지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이 대통령은 리튬 등 광물자원 분야에 있어 우리 기업의 투자 진출을 위한 볼리비아 정부의 협력을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방한은 볼리비아의 리튬을 두고 한국·중국·일본·프랑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볼리비아 대통령이 중남미 이외의 국가를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가운데 모랄레스 대통령이 방한하는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볼리비아 대통령 방한을 기점으로 리튬 에너지 협력사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방한이 성사된 데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역할이 컸다고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해 8월과 10월, 그리고 올 1월 세 차례에 걸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볼리비아를 방문했다. 이 의원은 모랄레스 대통령을 만나 리튬 개발권 문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한국의 개발 노하우 전수로 볼리비아의 경제개발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 이 의원이 볼리비아를 세 번째 방문하자 모랄레스 대통령이 “연세(74세)도 많은 분이 반년도 안 돼 먼 나라를 세 번이나 방문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번 방한기간 중 투자설명회 개최를 통해 한국 기업인들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가질 계획이다. LG화학 연구소와 공장을 방문해 최첨단 리튬 이온전지 생산시설도 둘러볼 예정이다. 이 밖에 ▶인천항만·인천국제공항 시찰 ▶경제4단체장 주최 오찬 간담회 ▶한세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등의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사회주의운동당(MAS) 총재로 2006년 집권했으며,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했다.

고정애·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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