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만난 유씨는 “주식투자가들이 번 만큼 세금부터 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래야 미국의 워런 버핏처럼 존경받는 주식투자가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 투자한다고 하면 나쁜 방법으로 돈 번다는 편견이 있다. 이런 편견이 생긴 데엔 투자가들의 잘못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식투자로 돈을 벌어 세금을 많이 내고 난 뒤 하려고 했던 일이 기부였다. 사실 그의 꿈은 금융전문대학원 설립이다. “제조업으로는 이제 중국을 당할 수 없어요. 한국 사람들이 앞으로 먹고 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해요. 그게 바로 금융산업입니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한국의 금융산업 수준은 걸음마 수준이다. 매매하려는 주식의 종류와 양을 종이에 적어 내야 했던 게 고작 30년 전의 일이다. 그런 한국 금융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이번 기부는 그 꿈을 항해 달려가는 첫발이다.
그는 실패를 경험하며 주식을 배웠다.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펀드매니저에 도전했던 1989년 첫 실패를 경험했다. 주식을 잘 알지도 못한 채 덤빈 게 화근이었다. 모아놓은 전 재산을 잃었다. 그 후 외국자본이 국내 상륙하면서 또 한번 실패했다. 하지만 가장 큰 실패는 1997년 IMF 사태 당시에 겪었다. 가족과 친구들의 재산까지 모두 탕진한 것이다. 1년 여를 노숙생활과 막노동을 하며 보내야 했다. 그는 “실패를 통해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거대 자본의 움직임을 꿰뚫게 됐다. 후배들은 이런 시행 착오를 겪지 않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금융전문대학원을 설립하려는 이유다.
정선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