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행정수도 덕에 대전 5개구 싹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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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16대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평가받던 충청권 표심은 결국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다. 최종 개표 결과 盧당선자는 대전·충남·충북 지역에서 총 1백20만9천2백표(52.5%)를 득표해 95만2천9백14표(41.3%)를 얻는 데 그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25만6천2백86표(11.2%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전국 득표차 57만9백80표의 44.9%에 해당하는 수치다. '충청대첩(大捷)'이 盧당선자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대전의 경우 盧당선자가 5개 구에서 전승했다. 총 득표수는 盧당선자가 36만9천46표(55.1%)였고 李후보는 26만6천7백60표(39.8%)였다. 10만표 이상의 표차에 15.3%포인트나 차이난 것이다. 대전에서 다섯차례나 국회의원에 당선한 한나라당 강창희(姜昌熙)의원의 중구에서조차 1만9천여표 차가 났다.

대전에서는 盧당선자의 '행정수도 이전'이란 비장의 정책 카드가 그대로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대전 지역 주부들 사이에서 "수도가 옮겨오면 집값이 오르려나"는 말들이 오가면서 盧당선자 지지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충남에서도 盧당선자는 李후보의 연고지인 예산과 인접지인 홍성을 제외한 13개 지역에서 완승을 거뒀다. 총 득표수는 盧당선자가 47만4천5백31표(52.2%), 李후보가 37만5천1백10표(41.2%)였다. 충남에서도 10만표 가량 차이가 난 셈이다.

충남은 한나라당이 조심스레 승리를 자신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盧당선자의 완승이었다. 여기엔 JP의 중립 선언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JP가 끝까지 李후보 지지를 미루면서 여전히 JP의 영향력이 미치는 중장년층의 표심이 李·盧 두 후보에게 골고루 분산됐다는 것이다.

충북에서도 盧당선자는 강원도 인접지역인 제천에서만 근소하게 패했을 뿐 나머지 10곳을 휩쓸었다. 총 득표수는 盧당선자가 36만5천6백23표(50.4%)였고 李후보는 31만1천44표(42.9%)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충북 지역이 대전과 거리적으로 가까워 행정수도 이전 공약 파장이 이곳까지 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젊은층의 절대적인 盧당선자 지지가 가세하면서 충북 지역마저 盧후보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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