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노무현시대]"야당은 국정 동반자" 과감한 타협정치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낡은 정치 청산'을 기치로 내걸었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등장으로 기존의 여야 관계가 변화의 국면을 맞게 될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려 있다.

盧당선자는 20일 회견에서 인위적 정계 개편의 가능성에 대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명백히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도 여소야대 정국이 빈번하지만 대화와 협력으로 풀고 있다"고 강조했다. 盧당선자의 당선 일성(一聲) 또한 "대화와 타협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17일 회견에선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삼는 '국민 통합형 국정 운영'을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한나라당의 서청원(徐淸源)대표는 패배의 후유증 속에서도 벌써 "당선 환영, 국정 협력과 이 정부의 국민적 의혹은 별개"라며 "새 정부가 우리와 함께 대북 4억달러 지원, 현대전자 주가 조작, 나라종금 공적자금 비리 조사 등 국민적 의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이 내년 1월 조기 전당대회를 예고하면서 야당 내의 차기를 겨냥한 '선명성 경쟁'도 盧당선자에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집권 초반 각종 개혁 입법도 과반수 의석(1백51석)의 공룡정당인 한나라당의 '2004년 총선 전략'에 부닥쳐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이 '수(數)의 유혹'을 버리지 못한 것도 결국 이 같은 현실 때문이었다.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던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이 취임 첫날 한나라당의 김종필 총리 인준안 거부에 부닥치면서 '개혁역량 강화'의 명분으로 야당 의원 영입에 돌입한 것이 그 사례다.

盧당선자는 당초 정계 개편론자였다. 현 정권 초기부터 국민경선 승리 때까지 DJ·YS계가 뭉치자는 '신민주 대연합론'을 펼쳤었다.

때문에 盧당선자가 집권 초기 야당의 공세에 부닥쳐 '대화와 타협'의 한계에 봉착할 경우 어떤 해법을 택할지는 집권 초반을 그려보는 핵심 변수가 아닐 수 없다.

盧당선자는 지난 17일 다소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었다. "지역과 계층, 이념의 측면에서 국민이 우려하는 반쪽짜리 정당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의 문호를 개방해 취임 전까지 환골탈태의 가시적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盧당선자가 취임 전 지역구도 타파의 대명분을 내걸고 수구·보수 대 개혁·진보의 자연스러운 정치세력 재편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盧당선자가 '새 정치'의 명분을 지키며 순탄한 국정 운영을 해내기 위해 어떤 비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