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2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이때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증거자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사기록에 남겨 보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검찰은 “통상의 사건 처리 방식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고소·고발인인 노무현재단과 노 전 대통령 유족을 불러 이들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부분을 듣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 후보자를 상대로 당시 발언이 나오게 된 이유와 근거 등을 확인하는 수순도 밟을 방침이다.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존재하는지를 어떤 방법으로 확인할 것이냐다. 정치권 일각과 일부 시민단체 등은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의 기록과 계좌를 모두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재수사’론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당시 ‘차명계좌라는 건 없었다’는 게 당시 수사팀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 기록을 다시 꺼내서 볼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단했던 계좌 추적을 재개해 수상한 계좌가 있는지, 있다면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대검의 한 간부는 “당사자가 이미 사망해서 ‘공소권 없음’ 결정으로 처리됐는데 보강수사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소·고발사건 수사만 하면 된다. 정치적인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조사했던 수사팀 관계자들을 상대로 “노 전 대통령 주변의 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차명계좌가 발견됐느냐”만 제한적으로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수사팀의 진술을 뒷받침할 자료를 고소·고발사건 수사팀에 제출할 수도 있다.
검찰은 이미 조 후보자가 “주간지인가, 인터넷인가에서 본 것 같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았기 때문에 청문회에서 이를 번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조 후보자의 발언 내용을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경찰 내부 정보나 첩보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 김태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증언도 변수다. 여야가 이 전 중수부장을 증인으로 선정한 것은 김 후보자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수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에 관한 질문이 나올 경우 이 전 중수부장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말하겠다”며 여운을 남긴 바 있다. 결국 조 후보자와 이 전 부장 등의 청문회 발언 내용에 따라 검찰의 ‘제한적 확인’ 방침은 전면 재조사 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전진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