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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 박쥐 ‘족보’ 생겼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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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오렌지윗수염박쥐(황금박쥐), 관박쥐, 토끼박쥐(위쪽부터)

‘관박쥐·집박쥐·멧박쥐·오렌지윗수염박쥐(황금박쥐) 암컷은 가을에 교미할 때 수컷으로부터 정자를 받아놓은 뒤 겨울잠에서 깬 봄에 뒤늦게 수정을 한다’ ‘긴날개박쥐 암컷은 가을에 교미한 직후 수정은 하지만 겨울잠을 깬 다음에야 수정란(배아)이 본격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관코박쥐는 콧구멍이 관 모양으로 튀어나와 그 같은 이름이 붙었다’.

이처럼 국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쥐 21종의 특징과 생태를 자세히 다룬 ‘박쥐 족보’가 처음 발간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이 4년간의 노력 끝에 19일 발간한 ‘대한민국생물지’ 16권 중 하나인 『한국의 척추동물-박쥐류』가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과거 발견된 적이 있으나 현재는 흔적을 찾기 어려운 박쥐들도 소개하고 있다. 멧박쥐의 경우 60년 이상 국내에서 채집된 적이 없고, 고바야시박쥐(서선졸망박쥐)도 1920년대 평양에서 잡힌 이후 눈에 띄지 않는다. 작은관코박쥐도 과거 북한에서 채집됐으나 남한에서는 60년 뱀의 위장에서 머리뼈가 발견된 게 전부라고 한다. 박쥐 종 상당수가 멸종위기에 처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저자인 경성대 생물학과 윤명희(56) 교수는 “국내에는 박쥐 연구자가 10명이 채 안 돼 제대로 파악이 안 됐을 수 있다”면서도 “서식지가 파괴되고 먹이인 곤충이 줄면서 박쥐도 감소하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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