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이란·북한 동시 상대는 무리" 美, 3개국 분리대응 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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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워싱턴=김진 특파원]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핵시설 재가동을 천명한 데 이어 이란마저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미국은 이른바 '악의 축' 국가에 대한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은 '악의 축' 국가들과 3개 전선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미국은 6만명의 미군을 중동에 배치, 이라크와의 전쟁을 대비하고 있다. 또 북한이 지난 12일 "핵동결을 파기하고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선언, 북·미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스커드 미사일을 실은 북한 화물선 서산호 나포사건에서 드러난 대로 북한의 미사일 수출도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 정보기관은 최근 이란이 지하 핵시설에서 핵물질을 생산하는 등 비밀리에 핵개발을 추진 중인 사실을 포착했다.

백악관은 겉으로는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실태가 드러남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이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발표한 국가안보 정책 보고서에서 이들 3개국의 위협에 핵무기 등 압도적인 무력으로 제압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내심 대응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무리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 해도 동시에 3개 국가를 당해내기는 버겁기 때문이다. 그 결과 워싱턴은 3개국에 각각 다른 정책을 적용하는 '분리 대응' 방침을 추구하고 있다. 이라크에 대해서는 계속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외교적 수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또 이란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라크전 발발시 이란의 도움이나 최소한 중립적인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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