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국가경영능력 지적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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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일보는 '지구적인 안목(global perspective)'을 가졌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우리가 세계로 향해 열려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는 점은 그동안 수없이 강조돼 왔다. 그런데도 아직 대다수가 자국 중심의 폐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는 확실히 여론을 이끌고 나가려 노력한다고 보인다.

이런 점은 대선 후보들의 거취에 대한 보도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인데 중앙일보 역시 전체적으로 불편부당하게 잘 정리해 전했다고 생각된다. 이런 사안에 대해 언론사가 직접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쉽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언론사 특유의 시각은 어떤 형식으로든 드러난다. 9일자 7면 사공일 칼럼('TV토론 운용의 묘 살리자'), 변상근의 Global Eye('후보들 나라 밖 보는 눈 있나'), E4면 김정수 전문기자의 시장경제 리포트('걱정되는 후보들의 대외경제관') 등을 보면 국제사회 속에서 대선 후보의 국가경영 능력이 중요함을 간접적으로나마 지적하고 있다. TV토론이나 정책 공약에서 이런 것들이 선명히 쟁점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이 글들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총론적으로 지구적인 안목을 강조하기는 쉬워도 과연 올바른 지구적 안목이란 어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주 우리의 가슴을 울렸던 촛불 시위를 다룬 태도에서 그런 문제점이 드러난다. 중앙일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시위가 감정적인 반미투쟁으로 번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노파심으로 일관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9일자 5면 '반미 수습할 뾰족한 대책이…'에서 시작해 14일자 4면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거의 연일 이런 논조의 글이 실렸다. 심지어 11일자 31면에서는 각계 원로들이 이 시위가 '한·미 간의 동등하고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소망하는 한국민의 건강한 목소리로 이해돼야 한다'는 취지로 낸 성명을 다루는 기사에 '반미 확산 우려 각계 원로 성명'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지금의 한·미 관계가 냉전의 소산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낡은 관계가 국제적 환경 변화에 따라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당당히 시정했어야 할 부분이 아직 남아 있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만한 성숙한 시민의 움직임에 대해, 행여 무슨 일을 저질러 불이익을 초래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 정서를 대변하는 주요 일간지로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틴틴 월드와 틴틴 경제는 초·중·고교생들에게 반가운 지면이다. 10일자(14면) 틴틴 월드는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과 그 쟁점을 쉽게 요약했다. 그런데 같은 날 E4면의 틴틴 경제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다룬 태도엔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물론 시장경제 체계에서 국가 간, 혹은 블록별로 자유롭게 무역을 할 여건을 만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FTA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잘 극복하는 것이 정책 성패의 관건이다.당연히 학생들도 이런 문제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FTA만 되면 무조건 좋은 세상이 되는 듯이 설명하는 것은 학생들의 교육 자료로서 형평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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