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안 올리면 감사 못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세계 최대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앤 쿠퍼스(PwC)가 회계감사 수수료를 대폭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PwC의 최고경영자(CEO)인 사무엘 디피아자는 이날 "더 높은 감사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 기업은 고객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에 영향을 줄 만한 부분에 대해서 감사활동을 제한하는 고객(회사)과는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PwC의 이 같은 방침은 미 에너지기업 엔론사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당시 회계감사를 맡았던 세계 5대 회계법인인 앤더슨이 사실상 문을 닫는 등 회계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이 기업 회계부정을 막기 위해 사반스-옥슬리법 등 강화된 회계법안을 내놓으면서 회계법인들의 위기의식은 더 커졌다. 한 회계법인이 회계감사와 컨설팅업무를 동시에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등 회계법인들의 돈벌이를 가로막는 법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PwC 등은 그동안 컨설팅이나 세무서비스를 하는 조건으로 회계감사 수수료를 깎아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됐다. 이런 악화된 경영 환경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데다 자칫 회계감사를 잘못할 경우 감당해야 할 위험부담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회계법인들로선 생존 차원에서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수료 인상 전략이 예상대로 먹힐지는 의문이다.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 입장에선 강화된 회계기준에 맞추는 것 자체가 추가비용인데 회계감사 수수료까지 더 내는 부담을 순순히 감수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정재 기자

jjy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