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부인, 집 살때 전과자 도움 '셰리 게이트' 英정가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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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부인 셰리가 사기 전과자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를 싼값에 구입했다는 이른바 '셰리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영국 정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총리와 총리실이 이 일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정치 공백상태까지 빚어지는 형편이다.

당초 총리실은 지난주 타블로이드판 일간지 데일리 메일이 셰리의 부동산 헐값구입 사실을 보도한 직후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의혹이 거듭 제기되자 셰리가 지난 6일 "장남 유안이 다니는 대학교가 위치한 브리스톨 시내의 아파트 두 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나의 의상 자문 캐럴 캐플린의 남자 친구 피터 포스터에게서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하면서 파문은 확대되기 시작했다.

'셰리 게이트'가 안고 있는 문제는 두가지다. 하나는 호주 출신인 포스터가 세번이나 감옥에 갔던 사기 전과자라는 점이다. 요컨대 그의 '사기'덕분에 부동산을 싼값에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포스터는 현재 영국 이민국으로부터 추방령을 받고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거짓말이다. 셰리는 포스터가 '2주 간'아파트 구입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셰리가 포스터에게 보낸 e-메일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포스터가 6주 간이나 셰리를 도왔다"고 반박했다.

포스터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던 셰리의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결국 침묵을 지키던 야당까지 나섰다. 보수당 등 야당들은 10일 "셰리가 포스터에게서 도움을 받은 대가로 그의 추방 관련 법 절차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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