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수도권 경제 5년內 파탄" 민주당 "쾌적한 환경 집값도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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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공약이 연일 쟁점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盧후보는 이 문제를 두고 전날인 10일 TV토론회에 이어 11일에도 공방을 벌였다. "사실상 천도(遷都)로 경제 대혼란이 온다"(李후보측), "다중심 국가발전을 위해선 꼭 필요한 일"(盧후보측)이란 입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를 "혹세무민(惑世誣民)한다"고 비난했다.

◇'수도권 공동화'↔'수도권 과밀해소'=李후보는 "서울 땅값이 내려가고 산업 역할이 축소돼 공동화(空洞化)하면 국민생활은 어떻게 될 것이냐"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전남도청 이전 계획만으로도 광주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봤다"며 "천도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5년 내 수도권 경제가 파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盧후보는 11일 인천 유세에서 "수도권을 교통지옥이 없고 환경과 공기가 맑은 쾌적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선대위원장도 "수도권 과밀 해소를 통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기할 수 있다"고 했다. 盧후보는 또 "돈되는 것은 여기서 하고 돈 안되고 시끄럽고 싸움하는 건 충청도로 보내자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충청도가 고향이신 분들은 속상하겠죠"라고 한 뒤 "이제 정직하게 말씀드리겠다"며 공약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충청도에 달콤한 말을 했다가 인천 유권자가 화내니까 발림말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이 미국의 워싱턴·뉴욕, 중국의 베이징·상하이가 모델이라고 했으나, 한나라당은 두 곳 모두 인위적 이전으로 기능이 분리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수도권 집값 폭락'↔'집값 안정'=한나라당 소속인 서울·인천·경기 광역의회 의장단은 "행정부뿐 아니라 외국공관·언론기관·대기업 등 산업중추의 연쇄이전으로 1백만명의 인구이동이 있을 것"이라며 "수도권엔 부동산 가격 폭락이, 이전지역에선 폭등이 와 투기현상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盧후보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에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거짓말한다"고 반박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30% 낮추겠다는 李후보의 공약과도 맞지 않다"고 했다.

◇이전비용 공방=南대변인은 "盧후보가 '천도비용'을 10월 5일 2조원에서 같은달 12일 오전엔 5조원 미만, 오후엔 5조4천억원, 지난 8일엔 6조원, 10일엔 4조5천억원이 든다고 다섯차례 말을 바꿨다"고 공격했다. 광역의회 의장단은 "최소 10년에 20조원, 30년에 2백조원이 들 것"이라며 "6백년 도읍지를 공청회 없이 몇몇 선거참모 말만 듣고 옮길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임채정(林采正)정책본부장은 "4조5천억원은 물가인상분과 예비비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공식적으론 6조원"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별도 보도자료에서 대전 둔산지구 개발비를 근거로 50만명일 때 6조원, 1백만명일 때 10조원이라고 추산하며 "한나라당 주장은 불안감 조성용"이라고 비난했다.

고정애·서승욱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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