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In&Out 레저] 부드럽게 감기는 자연설의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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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스키 인기 왜?

지난 겨울 week&이 '일본에 스키 타러 가자'고 처음 주장했을 때, 일부 국내 스키 리조트는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일 양국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이며, 경기도 안 좋은데 해외 여행을 부추기는 것 또한 잘못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일본 스키가 외려 경제적일 수 있다는 week&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 시즌 일본 스키 여행은 온천 관광과 더불어 겨울철 일본 여행의 대표 상품으로까지 떠올랐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일본의 스키 리조트가 한국의 리조트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발 빠르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국내 여행사들이 본격적으로 일본 스키 상품을 개발했으며, 이 결과로 올해 일본 스키 상품이 지난해보다 3배쯤 늘어나게 됐다.

둘째 이유는 한국의 스키장 13곳은 올해도 여전히 붐비고,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반면 700개가 훌쩍 넘는 일본 스키장은 올해도 텅텅 비었다. 한 나라의 스키장은 사람이 없어서 문제고, 다른 나라는 사람이 너무 몰려서 문제다.

간단한 예 하나. 국내 모든 스키장은 자정쯤까지 야간 스키를 운영한다. 심지어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철야 스키를 선보이기까지 했다. 일본은? 야간 스키가 가능한 곳이 전체 스키장의 10%가 안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낮에만 슬로프에서 놀아도 지칠 만큼 놀 수 있는데 왜 굳이 사고 위험이 높은 한밤에 슬로프에 나가느냐는 것이다.

일본 스키장은 눈이 쌓이고 난 뒤에야 스키장 문을 연다. 슬로프 평균 적설량이 1m에 달하는 곳이 숱하다. 그러나 국내 스키장은 눈밭이라기보다 얼음판에 가깝다. 눈이 안 와도 날씨만 영하를 유지하면 국내 스키장은 밤낮으로 제설기를 돌려 인공 눈을 만들어 낸다. 눈밭을 달리는 기분을 안다면 일본은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다.

손민호 기자

도움말 : 일본스키닷컴(www.ilbonski.com.02-753-0777)

*** 일본의 알프스

나가노 핫포오네.쓰가이케 스키장

▶ 나가노 핫포오네 스키장 하부 슬로프. 노승옥 기자

해발 1831m 나가노현 핫포오네(八方尾根) 스키장 정상. 발 아래 펼쳐진 구름과 수북이 쌓인 파우더 눈이 바다를 건너 온 스키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한국 스키장처럼 요란한 음악도 없고 그 흔한 광고판 하나 없다. 시선 가는 곳마다 온통 눈뿐이다. 어디로 갈까. 13개의 코스가 있지만 스키가 닿는 대로 질주하다 보면 나만의 코스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듯싶다.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하쿠바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스키마을 중 하나다. 이유는 캐나다나 일본 홋카이도 등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눈의 질 때문. 해발 800m에 위치한 조그만 농촌 마을 하쿠바는 이런 이유로 해마다 겨울이 되면 일본인은 물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스키어들로 북적거린다. 핫포오네는 나가노 올림픽 남자 활강, 복합회전 종목이 치러졌던 하쿠바의 간판 스키장. 표고차 1071m, 최대 경사도 35도, 최장 활주 거리 8000m라는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중상급자에게 안성맞춤인 스키장이다. 슬로프를 내려오는 데만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으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한 길 이상 쌓인 폭신한 눈은 이제 막 초보 딱지를 뗀 스키어라도 부상 걱정을 덜게 한다. 초급자가 즐기기는 만만치 않으나 하부의 완만한 슬로프를 이용하면 무리 없이 내려올 수 있다.

핫포오네 스키장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쓰가이케(梅池高原) 스키장은 며칠을 타도 질리지 않을 만큼 다양한 코스를 갖추고 있다. 스키장 정상에도 초급자용 코스가 따로 마련돼 있다. 3월 이후에는 헬리콥터를 타고 산 정상에 내려 아무도 밟지 않은 자연설을 타고 내려오는 헬리 스키도 가능하다고.(1인 요금 9500엔) 총 길이 4000m가 넘는 곤돌라 '이브'를 포함, 28개의 리프트가 운행한다. 폭이 1200m가 넘는 슬로프도 있어 여유롭게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 부산 해운대에서 가족과 함께 스키여행을 온 박은주(43)씨는"한국에선 아이들이 다칠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쓰가이케 스키장은 슬로프가 넓고 붐비지 않아 안심"이라며 "비용은 두 배 이상 들지만 만족도도 그만큼 높다"고 말했다. 핫포오네 스키장이나 쓰가이케 스키장 모두 5월 초까지 문을 연다.

일본 스키여행 가기 전 주의할 점 몇 가지. 나가노의 스키장들은 패트롤이나 안전망이 거의 없다. 따라서 스키어의 안전은 스키어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눈이 워낙 많이 내려서 인적이 드문 곳에서 다치면 눈이 녹는 봄에나 (시신을) 찾을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 또 한 가지, 나가노의 스키장들은 일본 내에서도 인기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일본의 연휴 기간을 피해 출발해야 한다. 자칫하면 '리프트 대기시간 0분' 이라는 일본 스키여행의 장점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가노=노승옥 기자<niceguy@joongang.co.kr>

***여행정보

나가노 스키 여행은 개별적으로 출발하는 것보다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게 훨씬 싸다. 여행박사(1588-5780 www.tourbaksa.co.kr)에서 3박 4일에 55만원, 4박 5일에 60만원 상품을 내놨다. 조석 포함. 리프트권, 렌털비, 공항세 별도. 1일 리프트권은 핫포오네 4600엔, 쓰가이케는 4500엔이며 숙소에서 구입하면 3500엔이다. 야간스키는 2500엔 추가부담. 렌털은 스키장에서는 2500엔이지만 숙소에서는 1000엔이다. 숙소에서 핫포오네 스키장까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고 쓰가이케는 편도 500엔을 내야 한다. 하쿠바 한국어 정보는 www.hakuba.co.kr

*** 설국 속으로

홋카이도 사호로 스키 리조트

▶ 홋카이도 사호로 스키 리조트. 손민호 기자

일본에서도 고급 휴양지로 손꼽히는 홋카이도(北海島)에 세계적인 리조트 클럽메드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설국의 안쪽, 삿포로에서 170㎞ 떨어진 사호로 스키 리조트다.

700개가 넘는 일본의 스키 리조트와 굳이 비교한다면, 이곳은 가족과 함께 느긋하게 겨울 휴가를 즐기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 스키장 대부분은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관광지가 의외로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한국인 직원(클럽메드에선 GO로 통한다)이 상주, 애써 영어 단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리조트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된다. 숙박은 물론이고, 하루 세끼 식사, 강습 및 스키까지 모두 리조트 안에서 이뤄진다. 숙박은 슬로프 아래 민박촌에서, 식사는 민박촌 근처 식당에서, 스키는 스키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 없다.

스키장 규모는 그다지 큰 편이 아니다. 해발 1059m가 가장 높은 곳. 슬로프는 모두 17개가 있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여겼다간 큰코다친다. 일본 스키장의 초급 코스는 국내 스키장의 중급과 맞먹는다. 상급 코스는, 어지간하면 포기하는 게 낫다.

그렇다고 사고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소문난 설국이다 보니 그야말로 눈 천지다. 평균 1m 이상 눈이 쌓인다. 게다가 일본의 눈은 한국의 눈과 성질이 다르다. '파우더 스노(powder snow)'라 불리는 가볍고 건조한 눈이다. 눈사람을 만들기 힘들 만큼 잘 뭉쳐지지도 않는다. 특히 홋카이도의 눈은 일본에서도 가장 건조한 눈으로 통한다. 아무리 넘어져도 아프지 않은 이유다. 사람이 원체 드문 것도 사고 위험을 줄이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악착같이 스키만 타겠다면 알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도쿄 근처의 스키장보다 가격도 훨씬 비싸다. 그러나 편리한 생활과, 자유로운 분위기, 무엇보다 특유의 서비스와 체계적인 강습 프로그램 등 요모조모 따져 본다면 이만한 겨울 여행지도 드물다.

홋카이도=손민호 기자<ploveson@joongang.co.kr>

*** 여행정보

클럽메드 사호로 리조트 상품은 3박4일과 4박5일 여정이 있다. 출발 날짜와 인원에 따라 가격 차가 심하다. 항공편에 적용되는 할인율 때문이다. 3박4일 여정의 경우 성인 1인당 120만7000원에서 181만1000원까지고, 삿포로 시내 관광과 노보리베츠 유황온천 1박이 포함된 4박5일 상품은 성인 1인당 169만8000원에서 275만3000원까지다. 모든 강습과 리프트 이용 요금은 상품 가격에 포함돼 있지만, 장비 렌털 비용은 따로 내야 한다. 하루 성인 기준 스키 세트(부츠 + 폴 + 스키) 렌털비는 약 5만원, 스노보드 세트(보드 + 부츠)는 약 5만5000원이다. 2월은 세계적인 겨울 축제인 삿포로 눈 축제가 열리는 달이다. 며칠 안 남았다. www.clubmed.co.kr/price/sahoro.html, 02-345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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