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호 민음사 대표 古稀 기념 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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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코메티서 김수영까지, 세계 문화예술계의 '창조자들' 30인의 예술세계를 다룬 『네 정신에 새로운 창을 열어라』(민음사 펴냄)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우선은 책을 낸 민음사의 대표이자 원로 출판인인 박맹호씨의 고희(古稀)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란 의의가 있다. 오는 18일로 고희를 맞는 박대표가 통상의 기념연을 간소화하고 기념서적을 낸 것이 원로 출판인다운 '잔칫상'이란 평가다. 그 책도 후배 출판인들의 회고담 모음이나 논총이 아니라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예술인론이란 점도 특이하다.

따라서 이 책은 대상인물 선정에서 글쓰기 형식까지 파격과 실험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는 근대 중국화를 일신한 제백석(薺白石)에서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세계를 연 로리 앤더슨, 철학자 들뢰즈,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북 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 등 사진·영화·건축·패션까지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각 장르 거장들의 내면세계를 담고 있다. 모두 "어떤 안식처에도 닻을 내리지 않고" 고된 현실을 헤쳐 나간 이들이다.

뿐만 아니라 글의 형식도 다양하다.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시인 소설가 평론가가 주로 참여한 필진들은 조각가 자코메티에 관한 산문시 형식(시인 최승호), 앤디 워홀에 관한 단편소설(소설가 김미진),영화감독 장 뤼크 고다르에 보내는 편지(영화학자 김성태) 등 실험적 글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화려한 사진과 도판을 덧붙이면서 이들의 사상·예술세계를 선명하게 보여주려 한 것도 이 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박상순 민음사 주간은 "노년이 주는 원숙함이나 안식보다는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을 일깨워 줄 계기를 마련해 주자는 편집진의 기획의도가 흔쾌히 수용된 결과"라고 밝혔다.

결국 이 책은 제목처럼 원로 출판인이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고정관념을 깰 분방한 상상력을 기르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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