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지루한 훈련 방식, 즐길 수 있게 바꿀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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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핸드볼의 ‘영원한 맏형’ 조치효(40·사진)가 지도자로 변신했다.

지난 시즌 현역 최고령 선수로 코트를 누빈 그가 12일부터 소속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코치로 벤치를 지키고 있다. 전임 이승재 감독이 SK2010 핸드볼 슈퍼리그 코리아 도중 물러나는 바람에 조치효는 빈 감독 자리까지 지키며 팀을 이끌고 있다.

조치효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올 초부터 어깨가 아프긴 했는데, 그렇다고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예전부터 언젠가 기회가 오면 지도자 과정을 밟고 싶었고, 시즌 중 감독이 물러나면서 갑작스레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아무래도 답답하다. 얼마 전까지는 생각한 대로 뛰면 됐는데 이제는 벤치에 앉아서 지시만 해야 하니, 아직까지는 코치가 돼 좋은 점을 모르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조치효는 1994년 스위스 핸드볼리그에 진출해 12시즌 중 8차례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해외 리그에서 쌓은 노하우가 상당하다. 그는 “한국과 스위스의 훈련 방식을 접목해 선수들이 즐기며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초·중·고·대학교, 실업팀을 거치면서 계속 똑같은 훈련을 반복했다. 공 없이 움직이는 러닝 1시간, 공 가지고 러닝패스를 또 1시간 하는 식이다. 나는 그렇게 길고 지루한 훈련은 하지 않겠다. 짧은 시간에 여러 프로그램을 혼합해 선수들이 훈련을 하다가 지쳐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도시개발공사는 4승1무6패(승점 9)로 웰컴론코로사(4승1무5패)와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3위를 달리고 있다. 3강 플레이오프(27일) 진출 여부는 20일 코로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갈린다. 그가 맡은 이후 팀은 1승1무1패, 승률 5할을 기록 중이다. 그는 “선수들 사기를 높여 반드시 코로사를 잡고 서울에서 경기(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코로사를 이기는 게 1차 목표라면, 다음 목표는 슈퍼리그 우승이다. 그러려면 남자부 최강 두산을 잡아야 한다. 두산에는 조치효로부터 ‘현역 최고령’ 자리를 물려받은 윤경신(37·2m3cm)이 뛰고 있다. 조치효는 “2m가 넘는 애가 1m대 선수들과 함께 뛰는 건 반칙”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뒤 윤경신에게 이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경신아, 이제 슬슬 너도 선수 생활 접고 지도자 할 때가 되지 않았니. 네가 없으면 두산 정복이 조금 더 쉽거든.”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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