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정치]드골 전폭적 지원 첨단 국방산업 꽃피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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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국가지도자의 관심과 후원은 곧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직결됨은 프랑스의 과학발전사가 생생하게 입증해준다. 프랑스는 전형적인 중앙집중형 국가로 국가주의적 전통이 강하기에, 유럽의 다른 어떤 이웃 나라보다도 국가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근대 이후 프랑스 국력의 눈부신 도약은 국가 최고지도자의 정책비전과 항상 맞물려 있다. 과학발전도 예외는 아니다. '위대하지 않은 것은 프랑스가 아니다'라고 믿었던 프랑스의 지도자들은 위대한 프랑스는 다름아니라 '과학기술에 기반한 강한 프랑스'임을 분명히 인식했던 것이다.

가깝게는 샤를르 드골 대통령이 그랬다. 자주국방만이 프랑스가 살길이라고 믿었던 드골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국가적인 과학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미국으로부터 전후복구자금으로 지원받은 마셜 플랜 자금의 상당부분을 첨단 국방산업에 우선적으로 끌어다 썼다.

결국 독자적인 핵개발에 힘입은 과학입국을 통해 드골은 2차 대전으로 망신창이가 된 조국을 다시 번듯한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드골은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야말로 국가의 최우선적인 임무라고 생각했다.

근대 이후 프랑스의 역사에서 우리는 두 명의 역사적인 지도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루이 14세와 나폴레옹이다. 과학단체의 제도화와 과학자의 전문직업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프랑스의 왕립과학아카데미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서 설립되었다. 국립연구소로 출범한 이 아카데미를 재정적으로 지원한 것은 바로 왕실이었다. 과학의 중요성을 자각한 국왕의 지원 덕분에 프랑스의 과학자들은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으며 전문적인 과학연구에 종사하는 직업과학자가 될 수 있었다.

프랑스의 전성기를 열었던 나폴레옹 역시 과학기술을 중시했던 탁월한 지도자로 평가할 만하다. 나폴레옹은 과학은 가장 존경할 가치가 있고 문학보다 위에 있다고까지 했다. 그래서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과학자 집단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오늘날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이공대학이 된 에콜 폴리테크닉은 나폴레옹에 의해 국가적인 전략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았다.

1804년 황제로 즉위하면서 그는 에콜 폴리테크닉에 제국사관학교의 지위를 부여하고 '조국과 과학과 영광을 위하여'라는 학교의 교훈(校訓)까지 하사했다. 루이 14세·나폴레옹·드골의 예는 국가지도자의 과학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국가발전과 도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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