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토론]정책보다 비방·설전… 李·盧 무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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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선 유세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첫 TV 합동토론은 후보 단일화 이후 흔들리는 표심의 방향을 결정짓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회창·노무현 후보 모두 핵심쟁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알리고 상대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승부를 기록했다. 권영길 후보만 민노당의 입장을 알리는 기회를 잡아 큰 성과를 거뒀다.

토론 초반 북한 핵문제와 통일방안에 대해 후보 간의 정책 차이가 부각되면서 정책토론이 이뤄졌다. 李후보가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위한 압박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 비해 盧후보는 북한에 대한 지원 유지와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토론이 진행될수록 정책토론보다 상호비방과 설전으로 진행됐다.

부패척결과 지역주의 청산, 검찰 중립화, 국정원 도청의혹 등에 대한 토론에서는 세 후보간 뚜렷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설전만 벌였다.

엄격한 시간 제약 속에 많은 쟁점을 다뤄 구체적인 정책 차이를 드러내는 심층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선거비용을 줄이고 정책대결을 중심으로 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미디어선거가 필수다. 특히 TV 합동토론은 미디어선거의 꽃이다. 두번째 토론이 좀더 생산적인 토론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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