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물건 값의 일부를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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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대학생 1명씩 네명의 아이들이 있는 우리집 경제 교육의 제1원칙은 '공짜는 없다'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이 어떤 물건을 갖고 싶어한다고 부모가 그냥 사주지는 않고, 아이들이 그 물건 가격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아이가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해서 가격을 알아보니 새것은 16만원, 중고는 4만원이었다. 아이에게 그 중 25%를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데, 어느 것을 선택할지를 물었다. 아이는 생각 끝에 중고를 사겠다고 했고 그 중 25%인 1만원을 보탰다.

요즘 유행인 하얗게 워싱 처리된 청바지를 사고 싶어하는 둘째 아이에게는 그 청바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액의 60%를 부담하도록 했다. 아이는 용돈을 아끼고 집안일을 도와 용돈을 모아서 자기 몫을 부담했다. 아이들이 부담하는 돈의 비율은 사고 싶어하는 물건의 종류에 따라 차이를 두는데, 그 물건이 꼭 필요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20∼70% 범위 안에서 결정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은 원하는 물건을 갖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이 물건이 그 정도의 노력을 투자해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대해 욕심을 버리는 훈련을 통해 절제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는 이로운 점이 있다.

대신 아이들이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준다. 구두를 닦거나, 할머니가 편찮을 때 간호하는 일을 도울 때마다 그에 해당하는 용돈을 준다.특히 책을 읽게 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용돈을 지급한다.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 있으면 용돈 액수를 더 높이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꽤 많은 책을 읽었고, 그렇게 책을 많이 읽은 것이 아이들의 학교 공부와 생각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이런 생활습관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대가없이 생기는 공짜를 바라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의식을 또래들보다는 강하게 갖고 있는 것 같다. 대학에 다니는 큰 딸아이는 학비·식비 이외의 거의 모든 비용을 아르바이트로 벌어서 쓰고 있다.

가장 좋은 경제교육은 부모가 올바르게 돈을 벌고,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또한 소득의 일부를 나와 우리 가족이 아닌 사회를 위해 쓰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아이들에게 돈은 반드시 땀흘려 노력한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이며,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것이 진정 가치있는 일인가를 분명하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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